[횡설수설]육정수/진실과 거짓

  • 입력 1999년 10월 8일 19시 29분


작가 전옥경(全玉敬)씨가 옷로비의혹사건에 대해 뒤늦게 입을 열었다. 그는 김태정(金泰政)전검찰총장 부인 연정희(延貞姬)씨가 작년 12월19일 의상실 라스포사에 들렀을 때 동행한 사람이다. 그동안 검찰수사와 국회청문회 과정을 거쳤지만 의혹이 풀리기는커녕 증폭돼 있던 터에 그의 말이 진실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는지 관심거리다. 그의 증언이 사실로 드러나면 연씨 등은 최소한 위증의 책임을 면치 못하게 된다.

▽전씨의 말은 연씨 주장과 두가지 점에서 상반된다. 연씨는 청문회때 “그날 남편 차를 먼저 보냈기때문에 라스포사에서 귀가할 때 전씨 차를 이용했다”고 진술한 반면 전씨는 “나 혼자 내 차로 먼저 떠났다”고 말했다. 또 라스포사 정일순(鄭日順)사장은 “그날 외출중이어서 연씨를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으나 전씨는 “정사장이 우리를 맞았다”고 뒤집었다. 왜 말이 다를까. 연씨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물론 전씨의 증언내용도 아직은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다. 연씨는 12월19일 라스포사에 들른 일과 그날 문제의 밍크코트를 입어 본 사실은 시인했다. 전씨 말이 맞다고 가정하면 이런 추정이 가능하다. 바로 그날 코트를 배달받았다고 하면 보관하고 있던 기간이 연씨가 주장해온 열흘보다 일주일 더 길어진다. 이 기간이 길면 그만큼 연씨에게 불리하다. 문제는 전씨가 그동안은 왜 침묵을 지켰는가 하는 의문이다. 전씨는 이같은 증언이 담긴 책을 출판하게 된 것을 계기로 사실을 털어놓게 됐다고 했으나 더 일찍 입을 열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여하튼 이제 진실을 밝힐 책임은 최병모(崔炳模)특별검사에게 넘어갔다. 특별검사가 임명된 바로 그 날 새로운 증언이 나왔다는 것도 흥미롭다. 수사결과가 더욱 주목된다.

〈육정수 논설위원〉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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