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산 비서실의 박선영씨(24). 모두들 목소리가 절로 낮아지는 ‘호랑이 사장님’ 앞에서도 언제나 당당하다. 기가 죽어 말을 웅얼거리는 법도 없고 “…습니다”하고 씩씩하게 얘기한다. 사장실에 들어갈 때 문가에서부터 큰 소리로 ‘외치면서’ 걸어들어갈 때도 있을 정도다.
주어는 생략한 채 “어떻게 됐나?”라고만 물어도 다 알아듣고 대답하는 눈치, 한번 전화한 사람의 이름과 목소리는 잊지 않는 기억력, 걸려오는 전화의 80%는 ‘알아서 해결하는’ 센스는 기본. 거기에 씩씩함까지 갖추고 있으니 4년째 모시는 ‘장군 스타일의 사장님’과 호흡이 척척 맞는 셈이다.
영업부서에서 일하던 그녀가 사장 비서로 전격 발탁된 것도 이같은 씩씩함 덕분. 모르는 사람과 마주쳐도 매번 “안녕하세요?”라고 밝고 크게 인사한다.
“어릴 때부터 남자같다는 얘길 많이 들었어요. 키는 작아도 ‘깡다구’가 있어서 오빠랑 골목대장 노릇을 했죠.”
다혈질의 상사 앞에서 ‘할 말 다 하는’ 비결은?
“화가 많이 나셨을 때는 잘못한 것이 없어도 일단 ‘죄송합니다’라고 하죠. 그러다 화가 풀리실 때쯤 웃으면서 들어가서 메모를 전하거나 신문을 정리하면서 지나가는 말처럼 ‘아까 사실은 이러저러했습니다’라고 말씀드려요.”
〈윤경은기자〉ke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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