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8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결정된 내용이라며 재정경제부측이 ‘투신사―(투신사)대주주―증권사’의 순서대로 손실분담 원칙을 밝히면서부터.
그 전까지만 해도 수수료 배분비율에 따라 내심 70∼80%를 책임져야 할 것으로 생각해왔던 증권업계로선 때아닌 ‘횡재’였다. 당황한 것은 비단 투신사뿐만이 아니었다.
‘증권사와 투신사가 자율적으로 손실분담비율을 정하되 수수료를 더 많이 챙겨가는 증권사의 책임이 크다’는 쪽으로 분위기를 몰아갔던 금융감독위원회는 미처 대응할 준비도 못했다. 재경부 내에서도 “설명을 한 차관보가 실수한 것 같다”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11일 다시 모여 금융정책협의회를 열었다.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는 발표창구를 금감위로 통일하고 손실분담비율은 투신사와 증권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용근(李容根)금감위부위원장은 12일 한 술 더 떠 “증권사의 책임이 더 크다”고 말해 정부차원의 손실분담 원칙은 불과 4일만에 백지화됐다.
이제는 증권사가 가만 있을 리 없다.
증권사들은 쉽사리 손실을 떠안으려 하지 않을 태세고 투신사들은 “그것 봐라”며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을 기색이다.
그러나저러나 이 문제로 시장불안이 커지고 그 결과 투자자가 피해를 본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나.
정경준<경제부>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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