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경준/증권-투신사 「손실 떠넘기기」

  • 입력 1999년 10월 12일 18시 42분


대우채권 손실을 누가 얼마만큼 책임질 것인가 하는 문제가 불거지자 수익증권 판매를 맡은 증권사와 운용회사인 투신사가 틀어졌다.

발단은 8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결정된 내용이라며 재정경제부측이 ‘투신사―(투신사)대주주―증권사’의 순서대로 손실분담 원칙을 밝히면서부터.

그 전까지만 해도 수수료 배분비율에 따라 내심 70∼80%를 책임져야 할 것으로 생각해왔던 증권업계로선 때아닌 ‘횡재’였다. 당황한 것은 비단 투신사뿐만이 아니었다.

‘증권사와 투신사가 자율적으로 손실분담비율을 정하되 수수료를 더 많이 챙겨가는 증권사의 책임이 크다’는 쪽으로 분위기를 몰아갔던 금융감독위원회는 미처 대응할 준비도 못했다. 재경부 내에서도 “설명을 한 차관보가 실수한 것 같다”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11일 다시 모여 금융정책협의회를 열었다.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는 발표창구를 금감위로 통일하고 손실분담비율은 투신사와 증권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용근(李容根)금감위부위원장은 12일 한 술 더 떠 “증권사의 책임이 더 크다”고 말해 정부차원의 손실분담 원칙은 불과 4일만에 백지화됐다.

이제는 증권사가 가만 있을 리 없다.

증권사들은 쉽사리 손실을 떠안으려 하지 않을 태세고 투신사들은 “그것 봐라”며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을 기색이다.

그러나저러나 이 문제로 시장불안이 커지고 그 결과 투자자가 피해를 본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나.

정경준<경제부>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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