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전이 한창이던 97년 11월21일. 자민련의 총재가 된 박태준(朴泰俊·TJ)의원은 김종필(金鍾泌·JP)명예총재가 ‘세기의 결단’을 내렸다고 극찬했다. 김대중―김종필(DJP)의 연합을 두고 한 말이다. 김영삼(金泳三)정부때문에 외국으로 ‘떠돌이 생활’을 해야 했던 TJ로서는 공동정권의 한 축인 자민련의 안방살림을 고스란히 물려받게 된 마당이다. 과거 자신을 외면했던 JP이지만 더 이상 구원(舊怨)이 있을 수 없었다.
▽그로부터 2년. JP는 국무총리로, TJ는 자민련 총재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트리오정치시대를 이끌어 왔다. 그러던 중 JP가 신주처럼 내세우던 내각제 연내 개헌 주장을 포기하더니 이제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합당 분위기까지 풍기고 있다. 내년 4·13총선을 앞두고 세불리를 깨달은 ‘JP식 살아남기’ 수(手)일까. 여기에 TJ가 “거대여당을 만들어 어쩌자는 것이냐”며 발을 걸었다.
▽JP와 TJ의 갈등은 이처럼 무슨 이념이나 정책 차이때문이 아니다. JP는 국민회의와 합당해 거대 여당의 당권을 갖고 싶어하는 눈치고, 그렇게 될 경우 자민련의 안방살림을 도맡아온 TJ의 설자리가 당장 눈에 띄지 않는다. JP는 뒷다리를 거는 TJ에게 신경질적인 반응이고 TJ는 JP에게 ‘몽니부리기’를 하는 형국이다. 이른바 나이든 정치지도자들의 어린애들 같은 티격태격식 다툼을 언제까지 봐야 할지 답답할 뿐이다.
남찬순<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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