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난민의 비참한 실상을 묘사한 탈북소년들의 그림 전시회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NGO세계대회 참가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길수가족을 사랑하는 모임’이 마련한 이 전시회는 170여개 NGO홍보부스 가운데 최고 인기를 누릴 정도.
전시된 그림들은 굶주림에 못이겨올 1월 탈북한 길수군(가명·15)과 길수군의 친인척 소년 2명이 탈북난민들의 비참한 실태를 소재로 했다.
탈북한 어머니가 공안원에게 잡혀가는 장면, 북한주민들이 산에서 먹을 풀을 뜯는 장면, 탈북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뱀 쥐 등을 잡아먹는 장면, 국경경비대원들의 총구를 뒤로 하고 생존을 위해 강을 건너는 장면 등 비참한 실상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길수군의 이종사촌 제남군(가명·16)은 탈북한 어머니가 공안원에게 잡혀가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에다 ‘산 설고 물 설은 중국 땅에 살자고 온 우리 엄마 붙잡아 가지 말아요. 우리는 어떻게 살아요’라고 애타는 심정을 적었다. 산에서 한 소녀가 먹을 풀을 뜯는 그림에는 ‘이제는 모두가 초식동물이 됐다. 언제면 이밥(쌀밥)을 배불리 먹을까’라는 글이 적혀 있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길수네는 외할머니(76)가 97년 탈북한 뒤 최근까지 16명의 가족과 친인척이 북한을 탈출, 중국 랴오닝(遼寧)성 등에서 흩어져 떠돌고 있다. 길수의 이모는 8월 중국 공안당국에 체포돼 북에 넘겨진 뒤 행방을 알 수 없고 외삼촌은 두만강을 넘다 북한당국에 잡혀 숨졌다.
그림과 함께 전시된 편지에서 길수군은 “너무 배가 고파 경비대를 피해 며칠 굶고 얼면서 중국에 왔습니다. 그러나 중국에서도 숨어 다녀야 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우리를 만나보고 ‘보통 백성’이니 안된다며 돈 몇푼만 쥐어주고 갑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디가서 살아야 합니까. 자유로운 세상에서 마음껏 배우고 뛰놀고 싶어요”라고 적었다.
이들의 소망에 화답하듯 전시공간 한쪽에 마련된 ‘탈북동포 구출을 위한 유엔청원 서명란’에는 “이 아이들에게 맛있는 이밥을 주고 싶습니다” “길수야, 빨리 한국땅을 밟아서 내가 사준 맛나는 밥을 먹자꾸나”라는 글귀들이 눈에 띄었다.
‘길수가족을 사랑하는 모임’의 회원단체인 사단법인 애원(愛苑)의 곽신숙(郭新淑)사무총장은 “탈북동포들의 실상을 제대로 알려 난민지위 부여 등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전시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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