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대검찰청에 대한 국회법사위의 국정감사에서는 여야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과잉소환 문제를 질타했다는 보도다. ㈜경성의 이재학 전사장은 경성그룹 비리관련 수사를 받기 시작한 지난해 6월부터 올해 7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 확정될 때까지 1년여 동안 239차례나 불려가 조사받았다고 한다.
그러니까 작년 7월 기소 이후에도 사흘에 이틀꼴로 계속 검찰에 소환된 셈이다. 이밖에도 신동아그룹 최순영회장 132회를 비롯, 다른 몇몇 경제사건 피고인들도 각각 백수십회씩 소환됐다고 한다. 이에 대해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은 “경성 이전사장의 경우 기소 후 추가 고소 고발이 들어와 계속 소환 조사했다”고 답변했다.
혐의사실이 복잡하고 관련사건이 많거나 피의자가 계속 부인할 경우 계속적인 소환조사가 불가피할 수 있다. 계속해서 조사할 필요성이 있는데도 검사가 적당히 끝낸다면 오히려 직무유기나 직무태만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점들을 감안하더라도 239회라는 소환횟수는 납득이 안된다. 피의자가 수사 또는 재판에 ‘협조’하지 않는데 대한 감정적 대응이었거나 법정에서의 진술번복을 막기 위한 압박용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특히 이미 기소된 피고인을 재판과정에서 검찰이 쓸데없이 자꾸 불러 조사한다면 큰 문제다. 검사와 피고인은 법관 앞에서 대등한 입장에 서는 것이 우리 형사소송구조의 대원칙이다. 법정에서 검사는 피고인(변호인)을 상대로 법적 공방(攻防)을 벌이는 한쪽 당사자일 뿐이다. 그런 검사가 소송 상대방인 피고인을 매일이다시피 불러 압력을 가한다면 그 재판의 공정성은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재학씨에 대한 239회 소환은 검찰 수사권의 남용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상 불법을 저지른 것이다. 수사에도 일종의 ‘게임의 룰’이 있다.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그 결과는 인권침해로 나타난다. 검찰의 과잉소환은 ‘작아 보이지만 큰 인권문제’다.
인권문제를 경시하고서는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길이 없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검찰의 개혁도 무슨 거창한 구호에서 찾으려 할 일이 아니다. 바로 이런 것부터 고쳐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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