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남자가 호랑이에게 자기가 더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호랑이를 나무에 묶고 나무에 불을 질렀다. 그러나 호랑이는 아주 힘이 세고 고통에도 잘 견디기 때문에 온몸에 힘을 줘서 불붙은 밧줄을 끊었다. 그 때 까맣게 그을린 뜨거운 나뭇가지들이 호랑이의 몸에 떨어져 자국을 남겼다.”
호랑이의 힘과 생명력을 생각하면 이 이야기는 현실 속의 호랑이들에게도 맞는 것 같다. 한때 멸종 위기에까지 몰렸던 호랑이들이 불길 속에서 솟아오르는 불사조처럼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예전에 호랑이들은 아시아 각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인구가 늘어나면서 호랑이의 숫자는 급격하게 감소하고 말았다. 많은 생물학자들은 2000년이 되면 야생 호랑이는 사실상 멸종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를 맞이할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을 내놓았다.
그러나 호랑이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어떤 지역에서는 오히려 예전보다 숫자가 더 늘어나기까지 했다. 자연보호주의자들은 아직도 호랑이가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래도 요즘은 한 가닥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음을 인정하고 있다.
★ 시베리아등서 증가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호랑이를 구하자―우리의 성공에 대한 평가’라는 주제로 열린 회의에 참석한 학자들과 자연보호주의자들은 시베리아 네팔 인도 일부 지역에서 서식하고 있는 호랑이의 숫자가 90년대 초보다 늘어났음을 보여주는 자료들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델리 남쪽의 란탐보어 숲에서 93년에 목격된 호랑이의 숫자는 기껏해야 20마리에 불과했다. 그런데 최근의 조사결과는 호랑이의 숫자가 두 배로 늘었으며 지금도 계속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호랑이가 가장 위험에 처해 있다고 생각되는 수마트라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등에서도 호랑이의 생명력에 대한 낙관적인 증거들이 발견되었다.
★5000~7000마리 추정
전체적인 면에서 보면 호랑이는 아직도 상당히 희귀한 동물이다. 스위스에 있는 세계 자연보호 연합의 고양이과 동물 전문가 그룹 피터 잭슨 회장은 현재 아시아에 5000∼7000마리의 호랑이가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72년 이전에는 호랑이의 숫자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원래 아시아에 서식하고 있던 호랑이가 몇마리나 됐는지는 알길이 없다. 그러나 학자들은 1세기 전 아시아 대륙의 호랑이 숫자는 지금의 10배쯤 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 호랑이의 숫자가 다시 늘어나기 시작한 데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로는 아시아 각국이 호랑이 밀렵꾼들에게 단호한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90년대 초만 해도 밀렵꾼들은 중국의 전통 약재인 호랑이 뼈를 구하기 위해 호랑이를 마구 사냥했었다.
두번째 요인은 자연보호주의자들이 호랑이의 생태와 번식률에 관한 중요한 자료를 수집해서 각국 정부에 호랑이 보호 방법을 건의한 것이다. 자연보호주의자들은 무엇보다도 호랑이의 먹이가 되는 사슴 물소 멧돼지 등을 먼저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각국서 적극보호 나서
한편 어느 나라에서도 호랑이를 구해야 한다는 데에 반대를 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도 호랑이 보호정책을 펴는 데 도움이 되었다. 많은 지역에서 호랑이는 공포의 대상인 동시에 존경의 대상이며 영물로 취급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http://www.nytimes.com/library/national/science/101299sci―animal―tiger.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