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선진기업들이 인터넷을 활용해 생산 및 유통체제를 혁명적으로 변형시키는 모습을 보면 과연 한국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두려움이 앞선다. 외국 기업가들이 인터넷 사업을 통해 억만장자가 되고 전자상거래를 활용해 몇 년 사이에 세계시장을 장악하는 모습은 부럽기까지 하다.
이제까지 한국 기업들이 추구한 전형적인 전략은 원가우위 전략이다. 즉 싸게 만들어 가격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인터넷 기업 중에는 원가가 100달러인 제품을 95달러에 판매하는 기업이 있다. 이 기업의 주식을 상장했더니 주가가 천정부지로 상승해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기업은 인터넷으로 원가 이하에 제품을 판매해 전세계 수백만명을 고객으로 삼게 되었다. 이에 따라 거래고객의 정보를 활용한 사업의 개척과 고객정보의 가치를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을 실행할 수 있었다. 이같이 인터넷 상점에서 원가이하 전략을 채택하고 있을 때 한국 기업들이 원가 우위전략을 가지고 대응해서는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한다.
선진기업들은 인터넷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간격을 극도로 좁히고 있다. 전자상거래에서 소비자가 마우스를 클릭해 생산자에게 디지털 시그널을 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8분의 1초에 불과하다. 전자상거래를 통해 제품을 파는 경우 상점이 필요없어 월세를 절약할 수 있고 점원이나 세일즈맨이 없으니 인건비도 절약된다. 광열비와 기타 간접비도 절약할 수 있어 일반 상점에서보다 20∼50% 싼값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 더구나 인터넷상점은 언제 어디서든지 누구나 접속하고 거래할 수 있어 인터넷을 활용하지 않는 상점들 같이 고객이 찾아 올 때까지 마냥 기다리거나 거래를 위해 직접 고객과 접촉할 필요가 없다.
요사이 미국에서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판매되는 제품들을 보면 책이나 CD음반에서부터 의류 문구 가전제품 가구 장난감 식품 등 대부분의 소비재를 포함한다. 기업간 거래를 보면 기계 부품 원료 등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금형 등 모든 생산재가 전자상거래를 통해 유통된다. 전자상거래의 특성상 가격이 일반거래보다 저렴해 지난해에는 전자상거래가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0.7%나 억제한 것으로 나타났다.인터넷을 통한 기업간 거래는 정보의 흐름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기업간에 새로운 경쟁변수를 창출한다. 미국에서 PC를 조립해 성공한 예를 보면 모든 주문을 인터넷으로 받아 수주한 지 1시간 내에 필요한 부품이 조달되고 조립돼 고객에게 배달되기까지 36시간이 걸린다. 반면 한국 기업이 서울서 PC를 조립한 뒤 부산에서 선적해 미국까지 배달하는 데는 40일이 걸리니 경쟁이 될 수 없다.
인터넷은 기업의 생산과 유통체제를 혁명적으로 변화시키며 새로운 생활문화를 출현시킬 뿐만 아니라 새로운 경쟁력의 창출수단으로 등장했다. 어느 나라가 인터넷을 가장 효과적으로 많이 활용하느냐에 따라 세계시장에서 판도가 결정될 것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인터넷에 모든 기업과 국민이 도전해 인터넷의 무지와 두려움과 부러움에서 시급히 탈피해야겠다.
곽수일<서울대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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