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용관/낙하산인사의 퇴진

  • 입력 1999년 10월 19일 20시 09분


숱한 돌출행동으로 물의를 빚어온 엄대우(嚴大羽)국립공원관리공단이사장은 19일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몹시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전국의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데 최선을 다했고 나름대로 성과도 거뒀는데 ‘근거없는 오해’에 휘말렸으며 ‘여야간 경색된 정국을 풀겠다는 충정으로 내가 양보한다’는 식이었다.

그러나 지난 1년반 동안 엄이사장의 행적을 생각해 보면 그의 항변은 설득력이 없다는 반응이 훨씬 많다.

그는 취임 초 몇달 동안 당연히 참석했어야 할 환경부장관이 주재하는 회의에 불참했다.

7월 공단 이사 3명을 새로 임명하는 과정에서는 국민회의 김모의원의 지구당 사무국장 등을 임명하려다 물의를 빚어 현재까지 이사진이 공석인 상태다.

대북사업을 추진하면서 환경부장관의 승인도 받지 않고 중국을 9차례나 방문하고 이사장 판공비의 13%(895만원)를 국회의원 정치후원금으로 사용해 구설수에 올랐다.

‘북한산국립공원계획 변경’을 위한 설계용역을 장관의 승인도 받지 않고 발주했다가 환경부로부터 신청서를 반려받는 등 엄이사장의 업무 행태는 숱한 잡음을 일으켰다.

오죽했으면 엄이사장의 사퇴에 대한 환경부 간부들의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였을까.

엄이사장 개인의 거취는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 그런 내부갈등을 겪는 통에 환경부와 공단의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게 보다 본질적인 문제일 것이다.

엄이사장도 나름대로 할 말이 많겠지만 자신의 잘못이 무엇이었는지 곰곰이 새겨봐야 할 것이다.

또 선거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전리품 나눠주듯 중요한 공직을 검증되지 않은 인사에게 맡긴 여권도 이번 사건에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정용관<사회부>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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