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국정원의 ‘불법 도청 감청 의혹’을 폭로한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를 국가기밀누설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것은 나름의 이유와 일리가 있다고 본다. 또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 여야 정쟁의 대상이 되는 것도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러나 사태가 왜 이 지경에까지 이른 것인지는 직시할 필요가 있다. 국정원은 고소장에서 “불법도청은 과거 권위주의정권에서 은밀히 행한 것으로 알고 있으나 국민의 정부 아래서는 일절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과거부터 쌓여온 정보기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이런 국정원의 주장을 흔쾌히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가운데 이총무의 ‘구체적인 폭로’가 현실성의 무게를 얻게 됐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간단하다. 국정원의 주장에 믿음을 주는 것이다. 그러려면 본란이 이미 지적했듯이 기왕에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다.
사리가 이러한데도 국정원이 국가기밀과 국익을 내세워 야당 원내총무를 고소부터 한 것은 아무래도 현명치 못한 처사라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우리 국민은 국가기밀과 국익이야 어찌됐든 국정원 운영실태를 낱낱이 밝히라고 할만큼 무모하거나 어리석지는 않다고 본다. 더구나 남북이 대치되어 있는 현실에서 국정원 고유의 합법적 감청 업무마저 제한하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불법적이고 무제한 무차별적인 도청 감청 의혹을 밝히고 행여 그런 행위가 일부 관행적으로 저질러지고 있다면 차제에 뿌리를 뽑자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신뢰회복과 정국 안정을 위해서도 긴요한 일이다.
그런데 정부 여당은 법적 대응에서 한발짝도 후퇴할 생각이 없다고 하고 야당은 야당대로 극한투쟁을 외치고 있으니 딱한 일이다. 정부 여당은 이제라도 문제를 정도(正道)로 풀어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요즘 감사원의 감청 특별감사에 대해 법무부측이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지만 도청 감청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을 생각한다면 기관별 입장을 고려할 때는 아니다. 국정원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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