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밀레니엄]엘비스 잠든 그레이스랜드 한해 100만명 찾아

  • 입력 1999년 10월 20일 19시 33분


미국 남부의 뜨거운 햇살과 울창한 수풀로 뒤덮인 테네시주 멤피스시에는 미국인들의 마음속 ‘궁전’이 있다.

유럽인들과 달리 왕실을 갖지 못한 미국인들에게 어쩌면 존 F 케네디와 엘비스 프레슬리는 20세기의 또다른 ‘왕’이었는지도 모른다. 케네디에게 백악관이라는 궁전이 있었다면 엘비스에게는 그레이스랜드가 있다.

엘비스가 숨진지 20여년이 지났건만 그레이스랜드를 찾는 팬들의 열기는 그칠 줄 모르고 있다. 하루 1500∼3000명, 매년 100만명이 ‘로큰롤의 왕’의 성지 순례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그레이스랜드 앞에는 5분에 한번씩 출발하는 투어버스를 타기 위해 다섯살짜리 어린이부터 70대 노인들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길게 줄을 서고 있다. 그 속에서 유럽인 중국인 일본인 심지어 중동사람들까지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마치 백악관처럼 흰 대리석 기둥이 늘어선 지상 2층 지하 1층의 엘비스의 대저택은 그가 약물중독으로 숨진채 발견된 2층을 제외하고 일반에게 생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공개되고 있다.

이중에서도 23년간 709곡을 발표한 엘비스의 앨범들 중 50만장이상 판매한 골드앨범 80장을 전시한 24m길이의 ‘골드홀’과 100만장이상 판매한 플래티넘 앨범 43장을 2.7m 높이로 쌓아둔 ‘트로피룸’은 왕의 전승기념비를 방불케 한다.

왕 곁에는 신비로운 마법사도 숨어있다. 엘비스의 평생 매니저였던 톰 파커 대령. 그는 엘비스의 에드 설리반 쇼 데뷔를 조종했고 엘비스와 영화를 결부시켜 그의 상업적 성공을 더욱 공고히 한 흥행의 마법사였다. 파커는 엘비스의 절대적 신임을 얻었지만 출신배경은 97년 87세를 일기로 숨지기까지 철저히 베일에 싸였다. 하지만 최근 그가 군대 근처에도 가지않은 네덜란드계 불법이민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와 함께 엘비스가 파커를 만나기 전 캐나다 공연을 제외하고 평생 단 한번도 해외공연에 나서지 않았던 비밀의 사슬도 풀렸다.

〈멤피스〓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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