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과 힐러리가 극 중 스탠튼 부부의 모델이라는 공식적인 확인은 없었다. 그러나 영화 ‘졸업’으로 67년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기도 한 마이클 니콜스 감독은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굳이 숨기지 않는다. 헤어스타일, 말투, 몸짓까지 클린턴을 연상시키는 트래볼타의 모습 뿐만 아니다. 성적인 대화를 담은 전화녹음을 둘러싼 후보간의 공방, 비열한 공작에 몰두하는 그의 보좌관들에 이르기까지 닮았다.
실제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 작품이 개봉되자 “미국의 ‘머리’가 할리우드 제분소에서 빻이는 곡물이 됐다”면서 미국 정치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영화라고 평했다. 트래볼타는 “스탠튼이 클린턴은 아니다”면서도 “그가 현직에 있기 때문에 많은 것을 참고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영화는 스탠튼의 흑인 보좌관 버튼(애드리안 레스터 분)의 눈을 통해 진행된다. 버튼의 눈에 비쳐진 스탠튼은 새역사 만들기에 뜨거운 열정을 지닌 ‘정치인’에서 어린 흑인 소녀를 건드리는 ‘타락한 존재’까지로 묘사되고 있다.
클린턴과 힐러리를 극중 인물에 대입한다면 결말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뻔한 이야기. 하지만 니콜스는 ‘게임’에 가까운 미국의 정치현실을 생생하게 덫칠해 긴장감과 재미를 불어넣었다. 젊고 순수했던 버튼이 정의 대신 권력을 선택하는 반전은 니콜스가 던지는 마지막 풍자다.
트래볼타는 이 영화에서 개성적인 연기를 보여줘 장르를 가리지 않는 전천후 스타임을 입증했다.
원작은 96년 출간된 뉴스위크의 기자 조 클라인의 소설. 15세 이상 관람가. 23일 개봉.
〈김갑식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