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미국 적십자사총재 엘리자베스 돌이 20일 기자회견에서 공화당 대통령후보 경선 포기를 선언하면서 이렇게 말했을 때 그의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2대 1, 아니 10대 1의 차이라면 몰라도 80대 1인데 해볼 도리가 없었다.”
그동안 470만달러의 선거자금을 모은 돌의 은행잔고는 86만달러. 공화당 예비후보 중 선두주자인 조지 W 부시 텍사스주지사는 5700만달러를 모아 아직도 3770만달러의 잔고를 갖고 있다. 돌은 두 사람의 잔고차이를 지적한 것이다.
돌의 경선 포기를 계기로 내년 11월의 미국 대통령선거가 조기과열과 금권선거로 흐른다는 개탄이 새삼스럽게 터져나오고 있다.
선거가 1년 이상 남았는데도 공화당에서는 벌써 돌을 포함해 5명의 예비후보가 줄줄이 사퇴했다. 이유는 돌이 밝힌 대로 ‘결국은 돈(The bottom line is money)’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TV광고 등으로 엄청난 선거자금이 들어간다. 연방정부의 자금지원을 받지 않은 후보는 선거비용을 무제한으로 쓸 수 있다. 게다가 이번에는 캘리포니아주 등 주요 지역의 예비선거가 내년 봄으로 앞당겨져 올해 선거자금 모금이 더욱 큰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막대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서는 기부자들과의 유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선거과정이 왜곡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그럼에도 선거비용 지출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은 없다. 선거비용 지출 제한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라는 연방대법원의 판례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 안에서 선거의 금권화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표현의 자유가 충만한 미국의 또 다른 고민이다.
홍은택〈워싱턴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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