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유재천/지면 곳곳 심층보도 칭찬할만

  • 입력 1999년 10월 24일 19시 26분


‘동아일보가 달라졌고, 달라지고 있다.’ 지난 몇 개월동안 ‘옴부즈맨 칼럼’을 쓰면서 느낀 소감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그렇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진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 또한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가벼움에서 무거움으로, 표피적에서 심층적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논조는 시시비비 주의를, 기사는 심층보도를 지향하고 있다. 매일 실리다시피하는 집중 추적 ‘오늘의 이슈’는 사회면 제작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 있음에 틀림없다. 제기한 이슈를 공론으로 끌고 가는 힘이 아직은 약한 아쉬움은 기대로 남겨두자.

무엇보다도 다른 신문과 동아일보의 차별성은 다양한 기획기사에서 찾을 수 있다. 심층취재 ‘동아포커스’, 개방사회의 문화 법률분쟁을 다루는 ‘리걸 스탠다드’, 외국기업의 동향을 알리는 ‘글로발 비즈 플라자’, 건축가 ‘서현이 본 우리 문화 우리 건축’, 일간신문 연재물로는 장황한 편인 ‘백남준’ 등이 그러하다.

문화면도 많이 달라졌다. 여전히 대중문화를 포함한 문화예술의 장르별 ‘저널리즘 리뷰’는 숙제로 남아 있지만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치닫던 대중문화 위주에서 탈피하여 문화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고급문화 정보량이 크게 늘었다.

지난 10월 11일부터 15일까지 서울에서 열렸던 세계 비정부기구(NGO) 대회를 다룬 동아일보의 보도는 ‘대회’(大會) 보도의 모범이었다. 대회 예고에서부터 대회에서 논의된 내용, 대회장의 모습, 채택된 선언문, 폐회, 대회의 결산과 의미(사설)까지 완벽한 보도를 했다. 대회 보도의 교과서를 보는 바와 다를 것이 없었다.

같은 맥락에서 10월 12일자 국제면에 실린 제9회 국제 반(反)부패대회의 기사도 지적할 만 하다. 거의 모든 신문이 외면하다시피한 이 중요한 회의 기사를 동아일보가 비교적 자세히 다뤄 주었다. 각국의 부패지수를 국제무역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어가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결코 간과해 버릴 회의가 아니었다. 다만 이 회의가 채택한 메시지가 무엇이었는지를 후속 보도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요즘 신문이나 방송은 관심있는 사안에 대한 네티즌의 여론을 자주 보도한다. 동아일보도 한솔PCS의 네티즌 여론조사 결과를 싣고 있다. 그러나 네티즌 여론조사 결과는 본질적인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한다. 왜 그런지를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현재 우리나라 가정에서 컴퓨터를 이용하는 가족의 연령대별 사용율을 보면 10대 72%, 20대 79%, 30대 38%, 40대 20%, 50세 이상 7% 등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네티즌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는 조사대상자가 10대와 20대에 편중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전체 인구의 대표성을 결코 지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티즌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가 대표성을 지니고 잇는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여론을 오도하는 것이 된다. 예컨대 10월 15일자 A7면 오피니언 페이지에 실린 ‘성인영화 전용관 영화발전 기여 80.4%’ 기사가 그러하다. 정말 신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여론을 오도하는데 따른 책임을 생각해 보자.

끝으로 뉴욕타임스 기사를 주 3회로 늘려 실어주는 데 대해 감사드린다. 이 또한 동아일보의 달라진 모습일 것이다.

유재천(한림대교수·언론정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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