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야총재회담의 조건

  • 입력 1999년 10월 24일 19시 26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정치권의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며 ‘여야 총재회담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사실상 여야 총재회담을 제의했다. 한나라당측도 공식으로 제의가 오면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산적한 국정현안과 빡빡한 정치일정 그리고 무엇보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감안하면 여야는 어느 쪽도 총재회담을 거부할 명분이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총재회담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 또한 알아야 한다. 과거의 예에서 보듯 회담 발표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딴 소리를 한다거나 하면 정치 불신만 가중시키는 결과만 갖고 올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시국을 보면 여야간 대화정치 복원은 어느 정치 현안보다 시급한 과제다. 여야는 그동안 ‘북풍’ ‘총풍’ ‘세풍’이니 하다가 ‘고급 옷로비 및 파업유도 의혹사건’그리고 최근의 ‘국정원 도청 감청문제’와 한나라당 국정원의 ‘고소 고발 사건’ 등으로 사사건건 맞붙고 싸우기만 해 왔다. 그러다 보니 각종 개혁입법은 국회에서 낮잠만 자고 있고 민생은 당쟁과 파쟁의 희생물이 됐다.

김대통령과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 총재는 3월 회담에서도 여야가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생산적인 정책경쟁을 펴나가는 큰 정치를 하겠다고 합의문까지 발표했다. 그러나 여야는 곧바로 다시 극한대립상태로 들어갔고 그런 여야관계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지금은 현안에 대한 여야의 입장 차이가 너무나 큰 현실임을 감안하면 총재회담이 열린다 해서 무슨 뾰족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따라서 여야 총재회담이 제대로 되려면 먼저 상호 신뢰분위기부터 조성되어야 한다. 국정원의 도청 감청의혹 등 여야간 최대 쟁점에 대한 해결책도 모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사전에 실무 차원의 준비가 충분해야 한다. 정치권의 최대 현안인 정치개혁안을 보면 여야간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럴수록 대화와 협상은 필요하다. 여야가 오로지 정파적 이익만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총재회담을 추진한다면 그 결과는 또 국민에게 실망만 줄 것이 뻔하다. 정말 대승적 차원에서 새 세기의 정치개혁과 발전을 위한 합의를 도출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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