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Techonology]美기업들, Y2K마케팅 자제

  • 입력 1999년 10월 24일 19시 54분


Y2K에 대한 걱정 때문에 사재기를 하는 소비자들이 등장하면서 여러 기업들이 10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마케팅 기회를 맞고 있는데도 미국의 소비재 관련 대기업들은 지금까지 매우 제한된 움직임만을 보이고 있다.

과일과 야채 통조림 분야의 최대 기업인 델몬트의 홍보담당 부사장 윌리엄 스페인은 이에 대해 “이 기회를 살리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짓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Y2K 덕분에 실제로 엄청난 매상을 올리고 있는 기업들도 놀라울 정도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즉석식품 포장업체인 크라운 포인트의 제품은 도매업자들이 서기 2000년 관련 홍보를 한 덕분에 판매량이 평균 한 달에 7000상자에서 3월에 최고 4만2000상자까지 증가했었다.

그러나 그 후 판매량이 계속 떨어져 현재 1만2000상자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도 이 회사의 데이비드 콘태리치 사장은 판매량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콘태리치사장은 “우리는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한다는 말을 듣고 싶지도 않고 우리 제품에 Y2K 제품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Y2K를 이용해 판매량을 늘리려는 기업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수많은 기업들이 건조식품이나 가정용 발전기 같은 제품을 적극적으로 광고하고 있으며 일부 대기업의 몇몇 계열사들도 Y2K로 인해 긴급사태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집안에 몇 가지 물품을 마련해놓는 것이 좋다는 메시지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Y2K에 대비해 미리 물건들을 사두는 것이 좋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기업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에 마지막 순간에 사람들이 당황해서 정신없이 물건을 사들이는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만약 Y2K에 대한 인식이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진다면 사람들은 조금씩 이성적으로 필요한 물건을 사들일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은 미리부터 심각한 사태를 예상하는 듯한 광고를 하는 것은 전혀 이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Y2K가 단기적으로 극히 사소한 사고만을 일으키는데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의 견해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만약 마지막 순간에 소비자들 사이에서 사재기와 관련된 혼란이 일어난다면 Y2K와 관련된 광고를 했던 기업들이 우선적인 비난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반대로 소비자들이 끝까지 침착하게 대처할 경우에는 사재기에 대비해 물건을 잔뜩 쌓아놓았던 소매점들이 연말에 오히려 곤경에 빠지게 되기 때문에, 이것 역시 기업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게다가 12월에 Y2K 대비 물품을 사왔던 소비자들이 내년 1월에 반품을 요구하는 경우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시어스 백화점은 가정용 발전기를 사가는 소비자들에게 내년에 반품을 요구할 경우 판매 가격의 20%를 ‘반품 요금’으로 받겠다고 미리 알리고 있다.

물론 연말에 일부 물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에 대비해 많은 기업들이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들의 대비책은 단순한 추측에 바탕을 두고 있다. Y2K는 단 한차례로 끝나는 사건이기 때문에 꾸준히 마케팅 연구를 할 필요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http://www.nytimes.com/library/tech/99/10/biztech/articles/21scar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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