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제5차 세계화상(華商)대회에서 한 참석자의 제안에 모든 참석자들이 환호와 함께 박수를 보냈다. 중화 경제권이 본격적으로 용틀임을 시작한 것일까.
비록 돌발적인 제안이었지만 아시아 외환위기의 피해자인 화교들이 경기회복에 대해 확고한 자신감을 지니기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동시에 중화경제권의결속력강화를기대하는 표현이라고도 볼 수 있다.
현실적으로 미국 달러에 대신하는 중화권 자체의 화폐가 당장 탄생하기는 어렵지만 화상들은 인터넷이란 새로운 수단을 통해 중화경제권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중국어와 영어의 다국어 서비스를 통해 전자상거래를 아주 빠른 속도로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번 화상대회에서도 화교경제권의 전자상거래가 커다란 관심거리였다.
호주에서 열린 세계화상대회는 문화와 비즈니스의 결합을 추구하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세계화의 첨병으로서 화교들은 공통의 언어 관습 역사 등을 통해 문화적 공통성에 입각한 네트워크 구축을 아주 빠른 속도로 추진하고 있다. 91년 싱가포르의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의 주도로 격년으로 전세계 각지를 순회하면서 개최되는 세계화상대회도 그같은 시도에서 나온 것이다.
문화적 공감대를 활용한 화교 네트워크는 그동안 지리적인 장벽과 다양한 중국어의 방언 때문에 의사소통의 한계를 맛보았다. 정보통신혁명은 그러한 문제점을 극복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바로 인터넷이 리얼 타임의정보및중국어 문자 서비스를 세계 각지의 화상들에게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자본교류나 교역이 중화경제권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핵심수단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특히 정보통신 혁명의 메카인 미국 실리콘밸리의 자본과 인재 중 상당 부분이 중화경제권에 속해 있다.
중화경제권은 어쩌면 단일 화폐보다도 한층 강력한 매개수단인 인터넷을 통해 자체 결속력을 더욱 강화하는 셈이다. 한국도 한자문화권의 일원이라는 장점을 살리기 위해 중화경제권과의 접속을 서둘러야 한다. 중국어 한국어 또는 가능하다면 영어까지 포함하는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시급히 개발해야만 할 것이다.
2001년 세계화상대회는 중국의 난징(南京)에서 열린다. 이번 회의에도 200여명의 대륙 사람들이 참석해 최대 규모의 대표단을 중국이 파견한 셈이 됐다.
덩샤오핑(鄧小平) 체제가 출범한 이후 20여년 동안 자본이 대만과 홍콩을 포함한 해외 화상들로부터 대륙을 향해 진입했다면 몇 년 전부터는 오히려 대륙의 자본이 해외의 화상들에게 투입되고 있다. 중화경제권의 중심축이 더 이상 홍콩이나 싱가포르가 아니라 상하이(上海)나 베이징(北京)으로 바뀌었다. 아시아 외환위기로 말미암아 일시적으로 중단되기도 했지만 대륙자본의 해외진출은 확실한 대세로 자리잡았다.
한국도 중국 대륙의 자본을 유치하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여야 한다. 가능하면 대륙자본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제삼국에 진출하는 방안도 구체적으로 연구해 볼 때다.
양필승<건국대교수·중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