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촌스럽게 생긴 얼굴과 어눌한 말솜씨. 평소에는 이웃집 아저씨처럼 사람좋아 보이지만 한번 화가 나면 물불 안 가리는 ‘열혈남아’.
게다가 가끔 엉뚱한 행동으로 사람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다. 그를 둘러싼 일화 몇가지.
△사례1〓‘빨간 구두 아저씨?’
97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트라이아웃 캠프. 하루는 각 구단 코칭스태프와 구단관계자들이 배꼽을 잡고 ‘뒤집어진’ 적이 있었다. 당시 한화 수석코치를 맡았던 이희수감독의 ‘기절초풍 패션’ 때문.
캠프장에 나온 이감독은 대담하게도 빨간 양말과 빨간 구두로 한껏 멋을 부렸던 것. 사람들이 이유를 묻자 이감독 왈. “아, 튀어보이잖아.”
△사례2〓‘누가 물어봤어?’
10일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선 이감독은 대뜸 앉자마자 “첫 단추를 잘 끼워서 기쁩니다. 우리팀의 승인은…”하며 스스로 인터뷰를 시작. 질문도 던지기 전에 좔좔 얘기하는 이감독을 보고 기자단은 황당할 수 밖에….
분위기가 ‘썰렁’했음을 눈치챈 이감독. 다음날 2차전이 끝난 뒤 기자회견장에 나와 하는 말. “이번엔 여러분이 먼저 물어보시죠.”
그런 이감독이 올시즌 포스트시즌에서 ‘상종가’다.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4연승에 이어 롯데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2연승으로 6연승 행진.
주위에선 지휘봉을 잡은 첫해의 단기전이라 우려도 많이 했지만 의외로 침착하고 치밀한 게임운영이 돋보인다.
대타기용이나 투수교체의 타이밍, 주도면밀한 상대팀 분석이 ‘초보감독’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특히 빛이 나는 부분은 선수들에 대한 믿음. 큰 경기에선 신뢰감이 가장 큰 무기라는 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
페넌트레이스 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이희수감독의 ‘승부사’기질에 많은 야구관계자가 놀라고 있다.
〈대전〓김상수기자〉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