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도전21]을지병원 족부정형외과팀

  • 입력 1999년 10월 26일 20시 25분


프로농구단 LG세이커스의 포워드 양희승선수(25)는 2년 전 선수생명이 ‘끝났을지도’ 모른다.

연봉협상이 길어지면서 운동량이 적어졌던 그는 갑자기 시합에 나갔다가 아킬레스건이 끊어지고 말았다. 수술을 맡은 팀주치의는 그래도 희망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두 달 뒤 미끄러져 아킬레스건이 또 끊어졌을 때는 고개를 저었다.

재수술과 물리치료. 종아리에 낮은 전압의 전기자극을 줘서 근육에 힘을 주는 ‘전기자극치료’를 비롯한 근력강화치료, 물리치료사들의 특수 마사지치료를 8개월간 받은 끝에 양선수는 재기했다. “코트구경 다시 못할 수도 있었다”는 말, 주치의는 양선수에게 하지 않았다.

국내최초의 발클리닉인 서울 을지병원 족부정형외과 이경태교수(38) 양기원(32) 옹상석박사(33)팀의 활약은 95년 이교수가 미국 코넬대 족부특수수술병원에서 옮겨오면서 시작됐다.

LG세이커스와 프로축구 부천SK 주치의, 유니버설발레단 국립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 자문의를 맡아오며 ‘발’로 먹고 사는 사람들을 보살펴왔다. 서정원 이동국 등 발의 인대가 끊어지거나 뼈가 부러진 수백명의 선수와 무용수를 수술 치료하면서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발이 생명이기는 일반인도 마찬가지. 1㎞ 걸을 때마다 16t의 무게를 견뎌내는 발은 26개의 뼈와 100여개 인대의 복잡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

연평균 9600명을 치료하는 이교수팀이 자주 보는 병은 ‘당뇨발’과 ‘삔 발목’ 그리고 ‘무지외번증(무指外飜症)’.

당뇨병으로 혈액순환이 잘 안되고 발의 신경이 마비되면 무좀 상처 등으로 균이 침입해 썩어도 못 느낀다. 썩는 모습을 눈으로 보고 병원에 갔을 때는 이미 늦은 뒤. 한 달에 3명 정도 발 절단수술을 하는 이교수는 수술 뒤, 안타까운 마음에 잠을 설친다고. “오로지 상처가 나지 않도록 조심하는 방법 밖에는 없습니다.”

흔히 발을 삐면 인대가 늘어난다고 여기지만 사실 인대는 ‘끊어진다’. 끊어지면 고무줄처럼 말려 올라가는 아킬레스건과 달리 발의 인대는 끊어진 뒤에도 그 길이 그대로. 덕분에 살짝 삐더라도 발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 3일정도 뒤 다시 붙는다.

그러나 계단을 내려 갈 수 없을 정도로 아프다면 얼음찜질을 하며 발목에 부목을 대거나 압박붕대를 감는다. 3주 이상 아프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발목 관절에 염증이 생기기 시작한다는 신호이기 때문.

발목에서 엄지발가락으로 이어지는 뼈가 휘는 무지외번증은 10명 중 1명정도 나타나며 여성이 남성보다 100배쯤 많다. 그냥 두면 도미노현상처럼 새끼발가락 뼈까지 휘고, 발목 무릎관절마저 휜다. 40∼50대 여성 환자가 대부분인 이 병은 20대부터 꼭 끼는 하이힐을 신어서 생긴게 20∼30년 뒤 고통을 가져 오는 것.

하이힐을 신으면서도 “난 그럴리 없어”싶은 여성이라면 발바닥에 굳은 살이 배기는 지 볼 것. 뼈가 가지런하면 굳은살이 생기지 않는다. 이교수는 “발은 걷는 동안 피를 위로 펌프질 해 혈액순환을 돕는 제2의 심장”이라며 “발을 잘 단련시키려면 평소에 하루 1만보정도 많이 걷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나성엽기자〉news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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