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다른 팀의 헹가래치는 모습을 보며 쓸쓸히 덕아웃 뒤켠으로 퇴장해야 했던 한화 송진우(33)와 장종훈(31).
야구선수로 이룰만큼 이룬 둘에게 남은 꿈은 바로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투수 송진우는 세차례 쓴 맛을 봤다.입단 첫해인 89년과 91년 한국시리즈에선 해태에,92년엔 롯데에 무너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개인적으로도 후회스런 경기였다.송진우는 올해전까지 한국시리즈 통산 9경기 출전에 1승4패 평균자책 6.04의 형편없는 성적뿐이었다.
그는 “무엇보다 한화를 성원해준 팬들에게 송구스러웠다”고 말한다.
타자 장종훈은 팀과 함께 ‘고통의 역사’를 함께 했다.한화가 4차례 정상도전에서 실패하는 중심에 바로 그가 서 있었던 것.역대 최강이라는 ‘다이나마이트타선’의 선봉장이었던 그도 한화의 ‘한국시리즈 징크스’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둘에게 정상을 밟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들었다.
99한국시리즈에서 7년전 아픔을 줬던 바로 그 팀인 롯데를 상대로 4차전까지 3승1패.한번만 더 이기면 꿈에도 그리던 우승 트로피를 가슴에 안게 된다.
둘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나란히 고참다운 활약으로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
송진우에게는 ‘신들렸다’는 표현이 들어맞는다.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를 통틀어 3경기에서 한번의 실패도 없이 2승1세이브에 평균자책 2.41.
장종훈은 한국시리즈에서 타율이 0.231에 불과하지만 타점이 6개로 팀내 최고다.
2차전에서 4타수 2안타 3타점으로 팀에 승리를 안긴 것을 비롯,3차전엔 2타점짜리 동점타를 날렸고 4차전엔 1-1인 6회 희생플라이로 결승타점을 올렸다.
5차전 선발로 나서는 송진우와 장종훈. 둘은 “이제야말로 때가 왔다”며“우리 손으로 끝내겠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