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장의 입에서 “학교수업은 실생활에 필요가 없고 성적에도 아무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발언이 튀어나왔다.
평생 교직에 몸담았다가 정년퇴임하는 교사가 ‘버르장머리없는 아이들과 수업하지 않아도 돼 후련하다’는 말을 남겼다는 한 교사의 말에는 짙은 환멸 같은 것이 깔려 있었다.
이런 교실의 실상에 학부모들은 숨죽여 ‘설마’를 되뇌었다. 그들 속에 김덕중(金德中)교육부장관도 있었다. 김장관은 청중석에서 3시간 가까이 교육현장의 벌거숭이 고민을 경청했다.
하지만 세미나가 끝난 뒤 단상에 오른 김장관의 발언은 교육현장의 주체들이 안고 있는 고민을 간과하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그는 “2002년 대학입시만 치르고 나면 모든 문제가 잘 풀릴 것”이라며 발언시간의 대부분을 새 대입제도의 설명에 할애했다.
교사와 학생들은 무너진 사제(師弟)관계와 열악한 교육환경이라는 절박한 문제를 제기했으나 김장관 생각에는 그 모든 잘못이 ‘줄세우기’와 ‘입시위주의 사고방식’에 있다는 선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김장관은 “학생들의 수업태도를 내신평가에 반영하면 교사 말을 안듣는 학생은 대학을 갈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자연히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줄세우기’와 ‘입시위주의 사고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그러나 지금 교실붕괴 현상이 대학가기를 포기한 학생들이 늘면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장관은 모르는 것일까.
고교교육의 독자성은 방치한 채 ‘대학중심’의 틀을 벗지 못하고 있는 인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재현<사회부>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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