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인 ‘아카사카(赤坂)브리츠’는 약 20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도심 유일의 대형 라이브 하우스. 매일처럼 일본의 인기 록밴드나 싱어송라이터가 라이브 공연을 갖고 있는 동경(憧憬)의 무대다.
10월21일 밤은 공연 전부터 예전에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열기가 공연장 안팎을 감쌌다. 1시간 전부터 관객이 몰려 들고 대형 스크린에 비친 출연자들의 뮤직비디오를 향해 환호성을 질렀다. 콘서트의 타이틀은 ‘수퍼스타 프롬 서울 99’. 주일한국문화원개원 20주년을 기념하는 이벤트로 주일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 일본TBSTV가 주최했다.
초만원이었던 관객동원력, 3시간 여동안 계속 서서 열광했던 관중의 뜨거운 호응, 열정적이고 힘이 넘치는 스타들의 열창과 랩 댄스…. 클론의 CD앨범이 이미 일본에서 판매되면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대대적인 라이브공연을 눈으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일본에서도 유럽에서 시작된 ‘유로 비트’라는 댄스뮤직 붐에 이어 90년대 들어서는 뉴욕의 흑인 DJ가 만든 힙합이나 랩을 수용한 비트계의 팝이 젊은이들에게 유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흑인계의 음악인 R&B(리듬 앤 블루스)의 매력을 살린 편곡이나 노래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의 팝계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느끼지만 테마는 8비트, 16비트라는 흑인 특유의 리듬 표현방법일 것이다. 아시아인에게는 맞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독특한 억양으로 빨리 말하듯 노래하는 랩이 한국어로 기분좋게 울려 퍼지는 것을 듣고 일본어와 차이를 발견했다. 한국의 마돈나라고 불리는 엄정화, R&B계의 톱스타 박미경의 목소리에서 독특한 격렬함과 박력을 발견했다. 목소리와 댄스가 라스베가스 풍의 쇼형식으로 완성도 높게 연출됐다.
한국이 일본의 대중문화 개방 정책을 발표한지 꼭 1년. 그동안 4월에는 서울에서 ‘일본문화산업박람회 99’가 열렸고 한일 양국의 음악산업 관계자의 상호방문이나 아티스트의 교류가 잦아졌다. 9월에는 제2차 문화개방이 발표됐다.
한국의 일본대중문화 단계적 개방으로 대중음악, 특히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음악은 구미 히트곡의 흐름을 축으로 하면서 이번처럼 교류를 계속해 갈 것으로 생각한다. 음악에는 국경이 없고 음악이라는 강력한 공통언어가 이미 존재한다. 댄스뮤직이 세계를 돌고 돌아 한일공통의 유행음악이 된 것은 가장 두드러진 예이다.
일본의 음악시장은 미국에 이어 세계 제2위, 서독과 영국의 두배 규모다. 이번 공연을 계기로 한국 팝계의 새로운 일본 진출을 기대한다. 양국간 음악산업의 빠른 정비를 목표로 관계자가 교류의 빈도를 늘리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그날 밤 2000명이 대합창을 한 ‘월드컵 송’이라는 절호의 테마가 양국에 있다.
단바다 세이이치(反畑誠一·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