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ational]“마시자” 술독에 빠진 대학생들

  • 입력 1999년 10월 28일 18시 58분


최근 하버드대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모든 대학생의 거의 절반인 43%가 ‘습관적인 과음’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습관적인 과음’이란 독한 술 네댓잔을 연속해서 마시는 짓을 정기적으로 반복하는 것을 뜻한다.

이 습관적인 과음이라는 유행병이 너무나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에 몇주 전에는 113개 대학의 총장들이 모여 젊은 세대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총장들은 과음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공익광고를 제작하기로 했다.

▼총장들 과음 위험성 경고▼

교육계에서는 학생들의 과음을 막기 위해 이밖에도 술이 없는 록 콘서트를 열고, 과음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웹사이트와 CD롬을 만드는 등 여러가지 방법을 내놓고 있다.

특히 ‘알코올 101’이라는 제목의 CD롬은 체내에서 알코올이 얼마나 빨리 흡수되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법적인 음주 허용연령이 21세로 상향조정된 것과 거의 같은 시기에 학생들의 습관적인 과음이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18세에서 21세 사이의 젊은이들은 술을 마시는 것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80년대에는 교수가 어쩌다 수업후 학생들을 이끌고 주점에 가면 학생들은 모두 수줍은 듯이 사이다를 주문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들의 깨끗한 대학생활이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됐을지 모른다. 그러나 음주 허용연령이 높아진 이후의 학생들의 풍속도는 학생들 스스로 잘 알고 있다. 파티에 초대받은 학생들은 우선 캠퍼스 밖으로 차를 몰고 나가서 숲 속에 몸을 숨기고 버번 위스키 한 파인트를 꿀꺽꿀꺽 마신 다음 술 냄새를 없애기 위해 박하 사탕을 한 상자나 먹고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술이 없는 파티장으로 돌아왔다. 학생 중에는 술을 먹고 돌아오다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은 사람,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죽은 사람도 있다. 또 과음 때문에 교통사고를 내서 심한 부상을 입은 학생은 더 많았다.

70년대의 대학생들도 술을 매우 많이 마셨다. 일례로 한 대학에는 ‘시웨니 금주 연맹’이라는 동아리가 있었는데, 매년 야외파티를 열고 “이 세상에서 술이 사라지도록 우리가 모두 마셔버리자”는 맹세를 하곤 했다.

그러나 당시에 벌어지던 학생 클럽의 파티에는 교수들이 부인이나 남편과 함께 참석했기 때문에 숲 속에 혼자 숨어서 독한 술을 들이키는 요즘 학생들의 음주 풍경과는 많이 달랐다.

오하이오대는 올해 기숙사에 빈 맥주깡통을 방치해두는 것을 교칙에 어긋나는 행위로 규정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전교생 1만6000명 중 7%정도의 학생들이 과음으로 처벌을 받았다. 그러나 이런 강력한 조치들에도 불구하고 습관적 과음을 하는 오하이오대 학생들의 비율은 여전히 60%를 유지하고 있다.

학생들이 숨어서 독한 술을 들이키도록 만든 장본인들은 흔히 우리 사회에서 ‘책임감’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고 열변을 토한다.

그러나 응석받이로 자란 요즘의 중산층 젊은이들에게 책임감은 점점 퇴색해 가는 이상에 지나지 않는다.

▼빗나간 음주문화 사회책임▼

70년대 초에 대학생들 사이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것은 투표권을 쟁취하는 것이었다. 나라를 위해 죽을 수도 있고 술집에서 술을 주문할 수도 있는 나이라면 당연히 정치적인 지도자들을 스스로 선택할 능력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나라를 위해 죽을 수도 있고, 지도자를 뽑기 위해 투표를 할 수도 있지만 21세가 되기 전에는 술을 마실 수 없다.

그러나 투표권과 달리 음주는 젊은이들의 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젊은이들에게 음주의 즐거움을 금지하고 술 마시는 법의 모범을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제멋대로 아무렇게나 술을 마셔대는 젊은이들을 양산하고 있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

ne/home/19991024mag―binge―drink.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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