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영훈/"정치인 또 출두 안할텐데"

  • 입력 1999년 10월 28일 20시 11분


“정말 간단한 사건입니다.”

28일 오전 서울지검 정상명(鄭相明)차장검사가 ‘언론대책문건’ 사건 브리핑을 하면서 툭 던진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관련자들이 진실을 말하고, 검찰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하면…’이라는 이뤄지기 힘든 전제를 달았다.

그의 이 말은 사건의 핵심 관련자들이 당략에 따라 말을 바꾸고 조사에도 응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는 불신을 가득 담고 있는 말이었다.

청와대와 여권 실세, 야당, 언론사 등이 등장하는 얽히고 설킨 희대의 정치폭로극인 소위 언론대책문건 사건.

검찰내부에는 이 사건이 이강래(李康來)전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의 고소로 검찰로 넘어오자 “또 검찰만 얻어맞게 생겼다”며 정치권을 원망하는 목소리가 높다.

검찰 관계자들은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쥔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이나 국민회의 이종찬부총재가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의원은 총풍 고문조작 사건 등과 관련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돼 10차례 넘게 검찰의 소환을 받고도 출석하지 않았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검찰〓쓰레기 하치장론’을 펼치며 정치권에 화살을 날리기도 했다.

“(쓰레기를) 빨리 처리하지 않는다고 뭐라고 하고, 처리하면서 냄새를 풍긴다고 나무라고, 제대로 치우지 않았다고 한소리 할 것이 뻔하다.”

검찰 일각에서는 옷로비사건 등에 이어 여야가 막후 타협으로 ‘국정조사후 특별검사 임명’의 전철을 밟는 유탄(流彈)을 우려하기도 한다.

한 검찰관계자는 “정치권의 갈등과 대립은 정치적으로 푸는 게 바람직하다”며 “그러나 사건을 검찰로 들고 온 이상 양측 모두 (진상 규명에)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영훈<사회부>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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