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충식/음주운전이라는 '범죄'

  • 입력 1999년 10월 28일 20시 11분


술이라는 달콤한 액체는 인류역사와 더불어 흘러왔다. 술의 원료와 주조방법은 달랐을 망정 술없는 인류사는 상상조차 어렵다. 고단한 육신의 피로를 씻어주고 영혼의 상처를 달래주는 알코올. 그런데 이 알코올이라는 액체의 이름이 따지고 보면 고체 ‘분말(粉末)’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옛날 아라비아의 여자들이 쓰던 화장품 분말을 지칭하는 말이었다는 것이다.

▽이 화장품 가루라는 말이 중세 라틴어에 편입되고 영어에서는 매우 순수한 에센스의 뜻으로 통했다. 그러다 18세기경에는 술의 에센스, 즉 증류작용으로 얻어지며 취기를 불러일으키는 순수 성분만을 일컫게 되었다. 이 감미로운 액체인 술은 더러 개인이나 조직의 흥망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된다. 사람에 따라 술로 관계를 맺고 대인 장애를 허물어 성공을 거두는가 하면 취중망언으로 패가망신의 나락에 떨어지기도 한다.

▽요즘 음주운전 사고로 집안이 온통 ‘분말’처럼 풍비박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음주운전 사고는 2만5269건으로 전년대비 10.4%나 늘어났다. 음주단속에 걸린 사람도 25만4669명이나 되고 그 가운데 구속자도 3179명에 달했다. 구속자는 전년대비 무려 286%나 늘어난 숫자다. 수많은 이웃의 비극을 지켜보면서도 음주운전은 줄기는커녕 늘어만 가고 있다.

▽음주운전 처벌이 더욱 강화되리라고 한다. 경찰청은 세번이상 단속에 걸려 면허취소가 되면 3년간은 면허도 못따게 할 방침이다. 음주 적발 사실을 가정과 직장에 통보해 주위의 ‘경각심’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일본에는 ‘음주운전 우려가 있는 자에게 술을 주거나 권유한 자도 처벌’하는 법규가 있다. 기업마다 취업규칙이 다르지만 음주운전 사원에 대해 감봉에서 심지어 해고까지 하는 회사가 있다. 공무원이 음주운전을 하다 걸리면 면직시키는 고치(高知)현 같은 데도 있다.

김충식<논설위원〉sear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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