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실붕괴' 대책은 없나

  • 입력 1999년 10월 28일 20시 12분


요즘 중고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심상치 않다. 상당수의 학생들이 수업을 외면한 채 장난을 치거나 교실 안을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때로는 교실을 나가버리는 상식 밖의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교실에서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이다. 과거에도 학생들의 이같은 ‘돌출행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부분적으로 이뤄졌을 뿐 지금처럼 광범위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 1,2년 사이 이같은 ‘교실 붕괴’가 확산되면서 가장 당황하는 사람은 일선 교사들이다. 어떤 교사는 갈수록 자신감이 사라지고 직업에 대한 회의까지 생겨 학교를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털어놓았다. 전교조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 교사의 78.6%가 ‘교실붕괴’에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교육단체들이 ‘교실붕괴’를 주제로 세미나를 잇따라 열고 있으나 아직은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문제를 제기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학생들은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지루하고 따분해서”라고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수업방식이 구태의연하고 교과과정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알고 싶은 분야는 날로 다양해지는데 현실 교육은 학생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이다. 이같은 교육제도와 구조의 경직성만이 교실붕괴 원인의 전부는 아니다. ‘교실붕괴’의 특징 중 하나가 교실 내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려는 학생들을 ‘왕따’로 따돌리는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그릇된 사회 병리현상이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퍼져 있음을 본다. 10대를 겨냥한 감각적이고 향락적인 대중문화와 이를 통해 돈을 벌려는 상혼도 학생들에게서 ‘공부하는 분위기’를 빼앗고 있다.

교실붕괴란 교사가 학생을 휘어잡지 못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교사들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이후 강도 높은 교육개혁 정책을 펴면서 교실붕괴가 두드러진 점을 고려할 때 교육당국이 교사들을 지나치게 개혁대상으로 몰아 교사의 사기와 권위를 떨어뜨려 교실붕괴를 부채질한 측면이 적지 않다. 아울러 젊은 학부모의 자녀 과보호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겹쳐 있어 보다 시각을 넓혀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교실붕괴 현상은 하루빨리 치유되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나아지겠지 하는 안이한 태도는 금물이다. 시기를 놓쳤다가는 자칫 교육의 뿌리를 흔드는 방향으로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이 학부모를 포함한 사회구성원들과 함께 지혜를 모아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