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세계 수많은 국가의 미학 연구는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단할 수 있다. 자신의 문화 속에 미학이 없을 경우 이미 체계를 갖춘 서구 미학을 주저 없이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수천년의 역사 속에서 나름대로의 ‘체계’를 갖춘 미학을 가지고 있다.”
중국 런민(人民)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미학을 강의하고 있는 저자는 중국 미학에 뿌리를 두고 ‘비교학’이라는 현대의 학문방법론을 내세워 중국과 서양의 미학을 비교한다.
그에게 ‘중국미학’은 신해혁명 이전의 미학을 가리킨다. 범위를 중국 문화와 서구 문화가 대규모로 충돌해 융합되기 이전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그에 반해 ‘서구미학’은 현대 서구미학까지를 포함한다. 서구의 현대 문화를 포함해야만 서구미학을 전면적으로 연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역사 속을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화해 비극 숭고 부조리 등 비교될 만한 개념들을 찾아 해박한 지식을 곁들여 이야기를 펼친다.
“서구 문화는 피타고라스의 미적 본질 추구에서부터 화해를 미로 인식했다. 서구 문화의 발전과 함께 새로운 개념이 끊임없이 등장하여 미학의 중심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화해의 추구는 변함없이 계속되었고 상황에 따라 형태만 바뀌었을 따름이었다. 중국 문화에서 ‘화(和)’역시 줄곧 미적 이상으로 여겨졌다. 따라서 화해는 중국과 서양의 미학 비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유가 서구문화에서 중요한 개념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미학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것은 자유가 부조리와 결합한 현대에 이르러서이다. 고대 중국 문화에서 자유와 가장 유사한 개념은 소요(逍遙)이다. 소요는 장자에 처음 등장하면서부터 이미 중국 미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왔다.”
기존의 동서 비교가 대부분 서구의 기준에 맞는 동양을 드러내는 데 치중해 온 데 반해 저자는 중국 전통의 관점을 축으로 자신만만하게 서양의 재료를 주무른다. 유중하 외 옮김 584쪽 2만3000원
〈김형찬기자〉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