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의 여파로 침체됐던 98시즌을 뒤로 하고 1년만에 99프로야구는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여기엔 여러가지 ‘흥행요소’가 있었다.
용병들은 한층 수준이 높아졌고 화끈한 공격야구는 팬들의 흥미를 돋우기에 충분했다. 물론 제도적인 문제점이 드러나긴 했지만 첫 양대리그제도 그런대로 참신함을 안겨줬다.
지난해에 비해 팬들은 30%나 늘었다. 그러나 그 팬들을 운동장으로 불러모은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스타’였다.
이승엽 박정태 장종훈 등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끊임없이 쏟아내는 신기록에 팬들은 열광했다.그중에서도‘별중의 별’은 역시 이승엽(삼성).
지난해 두산 우즈에게 홈런왕을 빼앗긴 뒤 외국인 선수에게 졌다는 자존심때문에 밤잠을 못이뤘다는 이승엽은 시즌초부터 아무도 따라갈 수 없는 홈런행진으로 야구장을 달아오르게 했다.
월간 최다홈런 기록경신(15개), 1경기 3홈런, 시즌 최다홈런(54개) 등 그의 ‘못말리는 홈런포’로 전국에 ‘이승엽 신드롬’이 휘몰아쳤다. 스물세살 청년이 방망이를 한번 휘두를 때마다 경제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반향이 일어났다.
‘악바리’로 통하는 박정태(롯데)의 31경기 연속안타 역시 팬들의 눈을 내내 붙잡아맸다. ‘오늘은 칠까, 못칠까’ 내기하는 직장인들도 많았다.
최태원(쌍방울)은 김형석의 연속경기 출전기록(622경기)을 깨 ‘철인’ 칭호를 얻었다. 95년 시즌 두번째 게임부터 올해까지 내리 출전한 게 무려 635경기.
진필중(두산)과 임창용(삼성)은 각각 52SP와 51SP로 구원부문 기록을 나란히 갈아치웠고 장종훈(한화)은 개인통산 홈런(272개) 타점(916개) 득점(841개)에서 역대 1인자에 올랐다.
‘신기록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의미있는 기록이 많았던 99시즌이었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