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윤택, 뮤지컬 '태풍'으로 서울 고별무대

  • 입력 1999년 11월 3일 19시 54분


“이 뮤지컬을 끝으로 서울을 떠날 것입니다. 경남 밀양으로 내려가 2,3년간 재충전하고 싶습니다.”

‘문화게릴라’로 불리는 재주꾼 연출가 이윤택. 부산에서 연희단거리패를 만들어 활동하다 6년전 상경한 그는 서울에서의 마지막 작품으로 뮤지컬 ‘태풍’(서울예술단)을 연출한다. 20∼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태풍’은 셰익스피어가 말년에 쓴 ‘폭풍’(Tempist)의 제목을 약간 바꾼 것으로 부패한 국왕 알론조와 마법사 프로스페로의 대결구도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프로스페로의 딸 미란다와 퍼디넌트 왕자의 사랑을 통해 새로운 왕국과 평화로운 세상의 건설을 꿈꾸는 내용.

작품 전면에는 현재 우리의 정치판을 연상케 하는 추악한 음모와 계략이 펼쳐진다. 이윤택은 마지막 장면에서 원작에도 없는 거센 태풍을 연출해낸다. 200여대의 선풍기로 바람을 만들어 집채만한 무대세트를 날려버리는 것. 20세기의 모든 악을 쓸어버리겠다는 것이 그의 연출 의도다.

이윤택은 그동안 시끌벅적하게 한 판 벌이는 연극을 연출해 왔다. 이번에는 그 색깔을 버리고 ‘고품격 음악극’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태풍이 몰아치는 현실장면에서는 체코의 데냑 바르탁이 작곡한 클래식 음악, 극중극이나 신들이 등장하는 환상장면에서는 국악 작곡가 김대성이 만든 태평가가 연주되는 등 동서양 음악이 한데 어우러진다. 탤런트 신구와 송용태 남경주 이정화 등 뮤지컬배우가 출연.

“셰익스피어는 작품 마지막에 ‘이제 셰익스피어를 놔주십시오. 저는 고향으로 돌아갑니다’라는 대사를 썼습니다. 나이든 사람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젊은이들은 놀게 해줘야 한다는 뜻이지요. 이제 저도 고향에 내려가 원하던 연극을 하고 싶습니다.”

그는 10월30일 밀양 부북면 가산리에 폐교된 월산초등학교를 개조해 ‘우리극연구소 밀양연극촌’을 열었다.

월화수 7시반, 목금토 3시 7시반, 일 3시 6시반. 1만5000∼5만원. 02―523―0986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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