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종찬-정형근씨가 해야할 일

  • 입력 1999년 11월 3일 20시 03분


‘언론장악 음모’의혹 사건의 두 중심인물이라할 이종찬국민회의부총재와 정형근(鄭亨根)한나라당의원이 어제 모두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옳지 못하다. 이번 일로 나라 전체가 시끄럽고 야당이 장외투쟁에 나서기로 하는 등 정국이 꼬일대로 꼬여가는 판국에 두 당사자가 이러저러한 이유를 달아 검찰 수사를 회피하는 것은 당당하지도 정당하지도 못하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이종찬부총재는 정작 피고소인인 정형근의원이 검찰출두를 거부하는 마당에 참고인에 불과한 자신이 먼저 검찰에 출두할 경우 사건의 본질이 흐려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또 여권 중진인 자신의 위상과 전직 국가정보원장으로서 현재 정보기관에 종사하고 있는 직원들의 사기문제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검찰수사에 끝내 불응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검찰청사가 아닌 ‘제삼의 장소’로 부르는 등 소환의 모양새가 갖춰지기를 바라는 듯하다.

그러나 이부총재는 이번 사건의 본질적 의혹의 한복판에 있는 인물이다. 문제의 문건은 중앙일보 문일현(文日鉉)기자가 이부총재에게 보냈다는 것이고, 문건이 새나간 곳도 이부총재 사무실이다. 정부 여당은 강력히 부인하고 있으나 야당은 이 문건의 언론장악 시나리오가 현정권의 언론대책에 그대로 활용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그것이 사실이냐 아니냐가 이번 사건의 본질적인 의혹이다.

사리가 이러하다면 이부총재는 자격이나 모양새를 따지기 이전에 검찰에 나가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그러잖아도 그동안 여러 차례 말을 바꿔 의혹을 사고 있다면 차제에 실체적 진실을 밝힌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정형근의원은 검찰소환 불응 이유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 역시 떳떳하지 못하다. 정의원은 문건폭로 당시 이강래(李康來)전청와대정무수석을 문건작성자로 지목했고, 그로 인해 이씨로부터 명예훼손혐의로 고소당했다. 앞으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뭐라 단정할 수 없지만 현재까지는 문건작성자가 중앙일보 문기자 한 사람인 것으로 나타난 이상 면책특권만을 내세울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더구나 야당 주장대로 정부 여당이 이번 사건의 본질을 왜곡한 채 야당측의 ‘매수공작’으로 몰아가고 있다면 문건의 폭로 당사자인 정의원은 검찰에 나가 당당하게 전후 사실을 밝힐 의무가 있다.

정의원은 비록 ‘매수공작’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이비기자’와 돈거래를 통해 ‘정보 암거래’를 해왔지 않았느냐는 여론의 비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치적 계산을 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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