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뇌는 일종의 생물학적 컴퓨터인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 의식의 원천은 이 신경회로의 어디에 자리잡고 있는 걸까? 약 1.4㎏에 불과한 이 살덩어리가 어떻게 생각을 만들어내고, 자신이 살아있음을 인식하는 것일까?
의식을 연구하고 있는 학자들은 대략 유물론자와 ‘신(新)신비주의자’로 나눌 수 있다. 유물론자들은 이 세상의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내면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다. DNA의 이중 나선형 구조를 처음 발견한 사람 중 하나인 프랜시스 크릭은 유물론자들의 주장을 이렇게 설명했다. “당신 자신, 그리고 당신의 기쁨, 슬픔, 추억, 자유의지, 이 모든 것들이 사실은 거대한 조합을 이루고 있는 신경 세포와 거기에 연관된 분자들의 작용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신 신비주의자’들은 의식이 전통적인 과학의 영역과는 아주 거리가 먼 곳에 있기 때문에 우리가 끝내 의식을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온 정보를 바탕으로 뇌는 이 세상에 대한 인식을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자기 자신의 행동에 대한 인식을 만들어내지 못할 것도 없지 않은가? 과연 이 원시적인 자의식이 바로 우리의 의식인가?
철학자 대니얼 데네트는 우리의 뇌가 습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의미를 인식하는 기계이며, 우리의 내면에서는 끊임없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신경세포들이 조용히 정보를 재어보고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버린다는 것이다. 인식의 표면 바로 밑에서 들끓고 있는 이 혼란스러운 토론장에서 소위 ‘내면의 목소리’ 즉 의식의 흐름이 탄생한다.
1970년대 중반에 심리학자 줄리안 제인스는 과거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는 채 내면의 목소리가 이끄는 대로 살아왔다고 단언했다. 내면의 목소리가 곧 신의 목소리라고 생각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세상이 점점 복잡해지면서 자아에 대한 인식, 즉 의식이 생겨났다고 그는 주장했다.
의식이라는 것이 반드시 인간의 머리 속에만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왠지 불합리한 것 같다. 그래서 신 신비주의자인 데이비드 샤머스를 비롯한 소수의 철학자들은 의식이 물질 세계 전체에 고루 배어있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이는 모든 것에 영이 들어있다고 믿었던 과거 인디언들의 세계관과 일치하는 생각이다.
▽필자〓조지 존슨(작가)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millennium/m5/sci-johnson.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