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보고서에 담긴 뜻]共和, 대북정책 제동

  • 입력 1999년 11월 4일 19시 20분


미국 공화당의 대북정책자문그룹이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에게 제출하는 형식으로 3일 발표한 북한 관련 보고서는 74쪽의 방대한 분량이다.

보고서는 △북한의 대량파괴무기 프로그램 △북한의 재래식 전력 △국제사회 안정에 대한 북한의 위협 △북한정권의 지탱 △북한주민 인권유린 등 5개 장(章)에 걸쳐 북한의 위협을 분석했다.

그러나 자문그룹을 이끈 벤저민 길먼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이 이미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밝힌 대로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다는 것이 미국 의회 안팎의 평가다.

하원 국제관계위 민주당 간사인 샘 게젠슨 의원은 성명을 통해 “우리도 북한의 위협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제네바합의’를 통해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베를린합의’를 통해 미사일 발사실험을 중단시킨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공화당측 보고서의 초점은 북한이 과연 핵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했느냐 여부. 94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북한과 미국이 체결한 북한핵동결 협정은 북―미 관계의 기초다. 보고서는 북한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중단시키지 않았다고 주장해 제네바합의를 주요 공격목표로 삼을 것임을 예고했다.

그러나 보고서가 제시한 증거는 빈약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핵무기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의 추출을 동결한 것은 인정하면서 다른 핵무기 개발경로인 우라늄농축 기술을 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그렇게 주장하는 명확한 근거를 내놓지는 못했다.

공화당은 북한이 제네바합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주장의 이유는 △제네바합의에 따라 미국이 북한에 매년 50만t씩 제공하고 있는 중유를 북한이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했을 가능성이 있고 △제네바합의에서 남북한 비핵화공동선언의 이행을 촉구한 것을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 공화당은 그러니까 미국도 제네바합의를 깨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주장하지는 않았으나 앞으로 이를 문제삼을 것임을 내비쳤다.

공화당은 또 제네바합의에 따라 영변 원자로와 핵재처리 시설을 봉쇄하는 대가로 제공하는 경수로 2기에서 매년 100개의 핵탄두를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의 핵분열 물질을 추출할 있다고 주장, 경수로 제공에도 반대할 뜻을 비쳤다. 핵물리학계의 지배적 견해는 경수로에서 핵무기 원료를 추출하기는 어렵다는 것. 따라서 공화당의 주장은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많다.

어쨌든 의회의 다수당인 공화당이 이런 보고서를 채택하고 내년 대통령 및 의회 선거에서 북한문제를 주요 쟁점으로 부각시키려는 의중을 드러냄에 따라 빌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협상은 중대한 장벽에 부닥쳤다.

앞으로 대북 협상에서 클린턴행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북―미 관계정상화 이외에는 추가 대북제재 완화밖에 없다. 그러나 추가 제재완화를 위해서는 의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결국 북―미관계는 내년 대통령 및 의회 선거 결과에 연동될 수밖에 없다는 복잡한 상황을 맞고 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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