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남찬순/세계를 엿보는 NSA

  • 입력 1999년 11월 4일 19시 20분


미국이 영국 호주 등의 협조아래 전세계적인 도청망을 운용하고 있다는 보도가 처음 나온 것은 작년 4월이다. 당시 프랑스의 르 피가로지는 유럽연합(EU)의 비밀문건을 인용, ‘사닥다리’라는 명칭의 전세계적인 통신도청망이 미국을 주축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도청망은 매월 약 1억건의 각종 국제통신을 감청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비행기의 사닥다리형 편대를 일컫는 ‘에셜론(echelon)’이라는 이 통신 도청망이 이번에는 영국 BBC방송에 의해 다시 확인됐다. 문제는 ‘에셜론’이 테러나 범죄행위 단서를 잡는 등 지구촌 전체를 위한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 보다 주로 국제 기업의 산업정보를 도청 감청하고 이를 자국 기업을 위해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지구촌 네티즌들 사이에는 거짓 정보를 다량 침투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에셜론’을 교란하고 파괴하려는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

▽‘에셜론’의 핵심역할을 맡고 있는 곳은 ‘비밀의 궁전’으로 불리는 미 국가안보국(NSA)이다. NSA는 예를 들어 사람의 음성이 일으키는 공기 파장을 잡아내고 유리창에 부딪치는 음성의 진동을 포착, 대화의 내용을 파악할 정도의 고감도 도청장비를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70년대 중반, 미국이 이같은 도청장비로 청와대를 도청한다는 얘기가 나돌아 한미(韓美)관계가 한때 미묘했던 적도 있다.

▽요즈음은 무엇보다 첩보위성이 활약하는 시대다. 미국의 볼텍스, 오리온위성 그리고 러시아의 첼리나위성 등이 지구촌을 샅샅이 지켜보고 있다. ‘에셜론’은 그같은 첨단 장비와 기술을 갖춘데다 주요 국가들과 협조체로 운영된다고 하니 그 능력과 기능은 우리로서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것이다. 국내에서도 도청과 감청에 대한 논란으로 일반의 불안심리가 고조되어 있다. 여기에 이제는 ‘에셜론’마저 본체를 드러내 더욱 ‘발가벗고 사는’기분이 든다.

〈남찬순 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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