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세원/민간연구소 '성공의 길'

  • 입력 1999년 11월 5일 19시 18분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IFRI)는 프랑스가 자랑하는 국제관계분야의 대표적인 싱크탱크다. 3,4일 파리 교외 빌레트산업과학관에서 열린 IFRI 창립 20주년 국제학술회의는 민간연구소 IFRI의 저력을 잘 보여줬다.

독일의 요하네스 라우 대통령을 비롯해 폴란드와 핀란드 대통령이 특별연사로 참석했고 브라질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여러나라의 각료들도 대거 참석했다.

이밖에 조지 로버트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사무총장,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지의 편집책임자 등이 연사 또는 패널리스트로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한국에서는 한승주(韓昇洲)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과 양수길(楊秀吉)경제협력개발기구(OECD)대사가 초청됐다.

IFRI가 수많은 거물들을 학술회의에 끌어들일 수 있는 저력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프랑스의 르 피가로지는 3일 IFRI의 독립성, 공익단체로의 품위유지, 그리고 다양한 재정후원자가 오늘날의 IFRI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IFRI는 재정적으로 연구소를 돕는 기업의 명단을 상세히 공개하고 있다. 전체 후원자는 미국의 포드재단, 파리바은행, 핵폐기물처리업체 코제마, 프랑스전력공사(EDF), 석유기업 엘프아키텐, 르노자동차 등 무려 140개나 된다.

IFRI는 세미나 등 행사때마다 ‘물주’인 기업의 명단을 밝히고 기업인사를 패널리스트로 참여시킨다. 물론 기업인사가 자기 기업에 유리한 발언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토론을 거쳐 ‘수정’이 되기 때문에 IFRI의 독립성이 의심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상임연구원 20명을 포함해 전체 직원이 50여명에 불과한 IFRI가 세계 각국 정치지도자와 석학들을 불러모으는 지혜를 한국의싱크탱크도 참고했으면 한다.

김세원<파리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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