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재미는 '용병 덩크슛' 승부는 '토종 3점포'

  • 입력 1999년 11월 8일 19시 17분


“팬은 덩크슛에 웃고, 감독은 3점슛에 웃는다.”

7일 열린 현대걸리버스―기아엔터프라이즈의 99∼2000시즌 프로농구 개막전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올 법하다.

지난 시즌 챔피언 현대와 준우승팀 기아는 이번 시즌에서도 우승 후보로 꼽히는 막강한 팀으로 이날 경기는 우승 판도를 점칠 수 있는 중요한 한판.

현대가 이긴 주된 이유로는 ‘베스트 5’ 못지 않은 기량을 지닌 식스맨들이 교대로 출전해 체력전에서 기아를 압도한 게 첫손에 꼽히지만 기록상으로는 3점슛에서 명암이 갈렸다.

현대는 조성원 이지승이 고비 때마다 3점슛을 터뜨려 총 9개로 3개뿐인 기아를 압도했다. 두팀의 스코어차가 8점인 점을 감안하면 3점슛 성공률에서 이날 승부가 갈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3점슛이 승패의 주요 변수로 떠오른 것은 각팀 용병들의 실력이 엇비슷해졌기 때문.

용병 최우수선수에 2년 연속 뽑힌 맥도웰과 ‘괴물센터’ 로렌조 홀을 영입한 현대가 용병 전력에서 가장 앞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기아의 토시로 저머니와 존 와센버그 역시 막강했다.

맥도웰(31득점 12리바운드)―홀(20득점 12리바운드)에 비해 와센버그(41득점 9리바운드)―저머니(21득점 16리바운드)가 득점과 리바운드에서는 오히려 앞선 것.

팬이 좋아하는 덩크슛에서는 현대(3개)와 기아(2개)가 별 차가 없었다. 결국 용병의 실력과 팀전력에서 평준화가 이뤄진 이번 시즌 프로농구에서는 6.25m 외곽에서 정확한 슈팅을 날릴 수 있는 골잡이의 활약 여부가 판세를 가름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권순일기자〉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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