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병원을 찾은 김모씨(32·회사원). “며칠 전 회사에서 갑자기 숨이 안 쉬어지면서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곧 괜찮아졌는데, 주기적으로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 호흡의 신비 ▼
‘숨을 쉬는 것 만큼 존재한다(You are what you breathe)’.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실린 한 논문 제목. 뇌는 잠시 멈춰도 살 수 있지만 폐가 멈추는 즉시 사람은 ‘숨진다’.
입이나 코를 통해 들어온 산소를 피를 통해 온 몸의 각 세포에 전달하고, 몸속의 이산화탄소를 내뱉으며 에너지를 공급하는 폐. 보통 성인이 하루 마시고 뱉는 공기는 1.5ℓ짜리 생수병 6667개 분량이다. 폐에 공기를 가득 담으면 5, 6ℓ가 들어가지만 사람은 평소 폐의 10분의 1만 활용한다.
가장 자연스러운 호흡은 코로 들이쉬고 입으로 내쉬는 것. 공기는 코를 통과하면서 소용돌이치고 체온으로 덥혀지면서 습기를 머금는다. 우둘두둘한 콧구멍 표면의 점액에 먼지가 걸러진다.
그러나 오염된 공기까지 정화시키지는 못한다. 공기가 좋지 않은 곳에서는 숨을 적게 쉬는 게 유리. 매연이 심한 곳에서 운동하는 것은 되레 몸에 해로울 수 있다.
공기가 맑은 곳에서는 심호흡을 해 평소 쓰지 않는 90%의 폐부위에 남아 있는 공기를 바꿔주고 폐를 움직이는 근육도 쓰는 게 좋다. 긴장했을 때나 피곤할 때, 잠이 잘 안올 때 천천히 심호흡을 하면 부교감신경이 활성화, 스트레스가 풀린다.
담배를 피울 경우 연기를 깊게 들이마시는 사람이 ‘뽀끔담배’를 피우는 사람보다 폐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으므로 깊게 빨아들이지 않는게 좋다.
▼ 비만한 사람의 폐 ▼
스트레스성 호흡곤란, 공황장애는 그 원인을 제거하거나 특정 상황에 적응하는 게 치료법. 이밖에 폐질환 만성기관지염 심장병 기흉 등 폐를 ‘못살게 구는’ 병이 없는데도 숨쉬는 데 문제가 생기는 대표적인 경우가 비만이다.
몸에 지방이 많으면 지방 위를 지나는 혈관도 많다. 혈관으로 피가 지나면서 지방에 산소를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남들보다 산소가 많이 필요하다. 그런데 폐기능은 비슷하므로 과부하가 걸려 뚱뚱한 사람은 조금만 운동을 해도 숨이 차다. 또 잠을 잘 때 목젖부위가 늘어나서 기도를 막아 한동안 숨을 못쉬는 ‘수면 무호흡증’도 잦다. 자다가 갑자기 숨을 몇 초간 멈췄다가 다시 숨을 쉬는 ‘일’을 밤새 반복하기 때문에 낮에도 늘 피곤한 상태. 적당한 운동으로 폐 주위의 근육을 강화시키면서 지방을 줄이는 게 상책.
▼ 숨으로 알아보는 건강 ▼
스트레스 공황장애 비만도 아니라면? 호흡기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심장과 갑상선질환 빈혈 등 다른 질병이 있을 수 있다.
누우면 호흡곤란이 심해지고 앉거나 몸을 앞으로 숙이면 덜해지는 경우는 좌심부전이나 기관지천식 횡경막마비 등을 의심해볼 수 있다. 반대로 앉으면 심해지고 누우면 편해지는 것은 폐에 병이 있을 경우. 모로 누우면 숨쉬기 힘들 때는 심장질환이나 한 쪽 폐에 이상이 있는지 점검해봐야 한다.
갑자기 힘든 일을 하거나 역도 아령 등을 하다 숨을 잘못 쉬면 늑막염이 걸린다는 속설이 있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단 이론적으로 힘을 쓸 때 입을 닫고 숨쉬면 혈압이 최대 300까지 높아져 심장과 늑골에 무리가 가서 늑막염에 걸릴 수는 있다. 힘을 쓸 때는 날숨을 쉬도록.(도움말〓연세대의대 호흡기내과 양동규교수, 서울중앙병원 운동의학과 진영수교수,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박용우교수, 울산 동강병원 정신과 권학수박사)
〈나성엽기자〉news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