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경달/실무자도 놀란 '뒤집기정책'

  • 입력 1999년 11월 9일 19시 58분


도시계획업무를 맡고 있는 서울시 공무원 A씨는 9일 아침 신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서울시내 23개 풍치지구와 고도제한 지구에도 관광호텔 신축을 허용한다’는 정부의 방침이 보도됐기 때문이다.특히 종로구 구기동 평창동 고도제한지구의 경우 최고 고도제한을 초과하더라도 관광호텔 신축을 허용키로 이미 서울시와 협의를 마쳤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서울시 실무자인 A씨로서는 그야말로 ‘아닌 밤중에 홍두깨’. 실무차원에서 그동안 아무런 검토나 협의절차가 없었기 때문이다. 실무책임자에게 물어봐도 “어떻게 된 것인지 나도 모르겠다”는 대답 뿐이었다.A씨는 지역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연경관 훼손을 막기 위해 올들어 관악산 일대 340만평과 북한산 인근 평창동 일대 14만평을 새로 고도제한지구로 묶는 방안을 추진해왔기 때문에 이 기사를 보고 더욱 힘이 빠졌다.

도시계획국 공무원들 뿐만이 아니었다. 관광호텔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문화관광국 공무원들도 당혹스러워 하는 표정이었다.

B씨는 “올들어 남산과 북한산 주변의 특급호텔 4곳이 증개축을 하겠다며 특례지구 지정을 신청했지만 시 조례에 따라 모두 부결처리했다”며 “정부의 방침이 오락가락해 무엇을 기준으로 일을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실무자들은 정부측이 서울시 고위간부와 몇마디 얘기를 나눈 상태에서 이번 조치를 발표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고건(高建)서울시장은 늘 ‘서울의 허파’인 남산 북한산 관악산 등 자연경관을 보존하는데 시정의 역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앞으로 이 말이 어떻게 지켜질지….

김경달<지방자치부>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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