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트 사이드에 있는 커피숍에서 따끈한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있을 때였다. 아버지와 대여섯 살 난 아들이 옆자리에서 레모네이드를 마시며 무엇인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들이 질문을 하면 아버지가 답하곤 하는데 잘 들리지는 않았다. 아들은 한 손을 머리에 대고 갸웃거리는가 하면 아버지는 손가락으로 테이블에 숫자를 써가며 설명했다. 찌푸렸다 폈다하는 아들의 표정이나 아들에게 면접시험을 당하는 듯한 아빠의 진지한 태도가 재미있었다. 그러다 음료수 잔을 유심히 쳐다보던 아들이 다시 묻는 소리가 들렸다. “아빠, 이론적으로 말인데요, 내 입이 무한정 커진다면, 내가 나를 삼킬 수 있을까요?” 당황한 아빠는 그제서야 주위를 둘러보며 빙그레 웃다가 “얘, 그만 집에 가자. 엄마가 기다리겠다”며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