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바뀌는 발병 패턴/늦가을에 콜레라-뇌염

  • 입력 1999년 11월 9일 19시 58분


요즘 전염병은 계절도 없나.

생활환경과 국민의 위생수준이 크게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전염병 종류와 발생건수가 늘어나고 가을철에 콜레라 일본뇌염 등 여름철 전염병이 발생하는 등 전염병 패턴이 크게 바뀌고 있다.

특히 올해는 봄부터 이상고온 현상과 학교 등에서의 집단급식이 늘어나 유난히 전염병 환자가 많이 발생했고 공수병 등 특이 전염병도 수십년만에 나타났다.

한반도의 이상기후로 계절 구분이 희미해지고 아파트와 주택 등에 일찌감치 난방이 시작되면서 여름철 곤충인 파리 모기가 늦가을까지 활동해 전염병을 옮길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0월이후 3번째 환자

◇여름철 전염병 발생

국립보건원은 지난달 28일부터 설사증세를 보인 강모씨(85·전남 신안군 압해면)의 가검물에서 콜레라균이 최종 확인됐다고 9일 밝혔다.

10월 22일 2년만에 국내에서 콜레라 환자가 발생한 것을 시작으로 1일에 이어 세번째 환자가 확인된 것이다.

국립보건원은 “환자 주변의 가검물을 검사한 결과 하수에서 콜레라균이 검출됐다”며 “환자의 집과 마을, 우물에 대해 소독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10월 초 고열과 두통 증세로 입원한 경기 평택시에 거주하는 피모씨(26)가 11월 들어 일본뇌염환자로 확인됐다.

일본뇌염주의보가 5월 13일 발령된 데 이어 경보가 8월 6일 내려졌으나 환자는 가을철인 10월 들어 발생한 것이다.

▼작년부터 크게 늘어나▼

◇전염병 증가 추이

올들어 9월 말까지 발생한 법정전염병은 7019건으로 이는 전염병 발생이 사상 최고였던 지난해 같은기간 발생한 건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연도별 전염병 발생현황을 보면 △95년 1640건 △96년 1705건 △97년 2806건으로 말라리아가 창궐한 작년부터 급증추세를 보였다.

전염병의 유형을 보면 지난해 기승을 부렸던 말라리아 환자는 9월까지 257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330건보다 줄었으나 경기 연천에서 30여년만에 처음으로 공수병 환자가 발생하고 2년만에 콜레라 환자가 나오는 등 전염병의 종류가 다양해졌다.

법정 전염병은 아니지만 미국이나 일본 등지에서 수십명을 사망하게 했던 O―157 환자도 1명 발생했다.

집단급식의 활성화와 함께 1종 전염병인 세균성 이질환자도 크게 늘어났다. 9월 말까지 발생한 이질환자는 1517명으로 지난해 1년 동안 발생한 이질환자 905명을 훨씬 넘어섰다.

이는 9월말까지 발생한 전염병만 집계한 것으로 추수기에 폭발적으로 감염되는 렙토스피라 쓰쓰가무시 유행성출혈열 등 가을철 열성 전염병과 10월중 발생한 세균성 이질까지 계산하면 올해 전염병환자는 작년 1년 동안 발생한 전염병환자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전염병 확산 원인

국립보건원은 국민의 위생수준이 향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염병이 오히려 확산돼는 원인으로 한반도의 이상기온, 집단급식업소의 증가 그리고 면역체계 약화 등을 들었다.

▼고온-집단급식등 영향▼

국립보건원은 가을에 여름철 질병인 콜레라 환자가 잇따라 발생한데 대해 “서남해안 연안에서 콜레라균이 동물성 플랑크톤 속에 연중 살고 있다가 해수온도가 17도 이상 되면 활동성이 높아져 조개 굴 게를 생식할 경우 환자가 항상 발생할 수 있다”면서 “현재 수온이 14∼16도로 추가적인 집단 환자 발생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예방대책

보건원 이종구(李鍾九)방역과장은 “올해 콜레라환자로 판명된 3명이 모두 위장장애로 제산제를 먹고 있었다”며 “제산제를 너무 많이 먹어 소량의 균이 침입해도 살균작용을 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보건원은 △날것을 함부로 먹지 말고 △행주와 도마 등 주방기구에 대한 살균을 철저히 하며 △겨울철에는 특별히 실내 환기를 자주 하고 △어린이와 노약자는 예방접종을 거르지 말고 △집단급식소는 위생관리를 철저히 할 것 등을 당부했다.

〈정성희기자〉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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