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MVP 안정환]외모 못지않은 팀공헌도

  • 입력 1999년 11월 9일 23시 15분


안정환(23·부산 대우)을 처음 만나본 사람은 그에 대한 ‘선입견’이 깨진다.

우선 먼저 고개를 숙이는 겸손함이 돋보인다. 또 달변일 것 같지만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어눌함을 읽을 수 있다.

안정환은 올해 ‘실력보다 외모로 떴다’는 사람들의 ‘색안경’을 바꾸는 데 목표를 뒀다. 그래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공격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는 수비에 더 많이 가담해 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정규리그 개막전에서 두골을 넣었지만 줄곧 ‘내리막길’. “쟤는 얼굴로 승부한다니까…”라는 사람들의 입방아가 쏟아졌다.

그는 이같은 시선을 속으로 삭였다. 좋았던 골 장면을 떠올리며 나빴던 기억은 빨리 잊으려 했다. 마음이 편안해지자 ‘얼어붙었던’ 발도 풀렸다. 6게임 연속 골이 터졌고 득점왕이 확실하다는 예측까지 나왔다.

이즈음 다시 ‘악재’가 잇따랐다. 6월말 왼쪽 발목을 다쳐 한달여를 공쳤고 조금 지나 자신을 끔찍이 아껴주던 신윤기감독이 유명을 달리했다. 또 몸무게가 3㎏이나 불어 제 컨디션을 찾지 못했다.

이런 일들로 결국 득점왕은 샤샤(수원 삼성)에게 내줬다. 하지만 그는 “MVP를 두명에게 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요”라며 샤샤를 위로했고 “신감독님 영전에 우승컵을 못 바쳐 죄송합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을 ‘제2의 도약기’로 삼을 생각이다.

〈김호성기자〉ks1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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