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김치를 ‘재발견’하게 된 것은 얼마전의 일이다. 외국의 먹을거리들이 몰려오고 맵고 짠 음식에 거부감을 느끼는 신세대들이 늘면서 식탁위의 김치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될 위기에 놓였다. 그러던 김치가 이젠 영양만점의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우리 먹을거리를 되찾자’는 신토불이(身土不二)붐의 영향도 있었지만 88년 서울올림픽 이후 김치의 우수성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탓이 크다.
▽채소를 절여 먹는 관습이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까이는 중국의 파오차이, 일본의 쓰케모노, 인도네시아의 아차르가 있고 독일에는 사워크라우트가 있다. 오이를 절인 서양의 피클도 같은 유형의 음식이다. 그중 김치는 맛 영양 등 모든 면에서 단연 돋보인다. 일본이 ‘기무치’라는 이름으로 김치의 일본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한국이 김치 종주국이라는 점은 누가 뭐래도 확고하다.
▽우리는 뛰어난 문화유산을 보유했으면서도 후손들이 제대로 발전시키지 못했던 아쉬움을 갖고 있다.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로 대표되는 도예기술과 인쇄술이 그 사례다. 김치에 대해서도 우리는 그저 자랑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일본은 어느새 김치를 자기네 것으로 소화해 세계에 상품화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김치학과가 청주과학대에 생긴다는 소식은 그런 의미에서 무척 반갑게 들린다. 잘만 운영된다면 아직 상당 부분이 베일에 가려 있는 김치의 비밀을 밝혀내고 김치과학을 학문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홍찬식 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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