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년여만에 이렇게 회복될 줄은 몰랐다. 대단한 잠재력이다.”
기분좋은 찬사가 쏟아졌다.
그러나 칭찬만 한 것은 아니다. 한가지 중요한 지적을 잊지 않았다.
“외국투자자들의 장기적인 신뢰를 얻으려면 한국은 ‘예측가능한 나라’가 돼야 한다”는 따끔한 충고가 이어졌다. 이 충고는 우리 정부와 기업을 동시에 겨냥했다.
“한국경제는 겉으로 정상적인 듯 하다가도 불쑥 예측 불허의 변수가 튀어나와 투자자들을 당혹케 한다”는게 이들의 불만.
가령 대우사태는 발생부터가 이들에겐 ‘예고 없는 재난’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더 문제삼는 건 대우의 몰락보다 처리과정의 혼란이었다.
정부가 일관된 일정과 방향 제시 없이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른’ 방침을 내놓았다는 얘기다. 이들은 정부가 발표한 정책을 따라가는 것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아슬아슬했다”고 털어놓았다.
요즘 월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한국 기업의 재무제표 등에 관한 리포트도 이들에겐 ‘수수께끼’다.
분명히 대차대조표의 차변과 대변은 맞춰져 있지만 월가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러니 “한국기업의 리포트를 읽을 때는 ‘상상력과 추측’을 동원해야 한다”는 얘기가 월가에 유행어처럼 나돌고 있다.
이들은 “예측 가능성이란 면만 본다면 한국은 태국에도 못미친다”는 푸념까지 늘어놓았다.
IMF 환란 때 우리경제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월가에 한국은 아직도 두꺼운 ‘베일’을 드리우고 있는 나라인 셈이다.
이명재〈경제부〉 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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