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룰루' 주연 권진안씨, 천사와 악녀 두얼굴 연기

  • 입력 1999년 11월 10일 19시 58분


19세기 말 ‘룰루’가 독일에서 초연됐을 때 작가 겸 연출가였던 프랑크 베데킨트는 법정에 서야 했다. 성적(性的) 자유의지를 내세우며 지배층 남성들을 마음껏 유혹하고 조롱하는 ‘룰루’가 당시 사회에 불온하게 비춰졌기 때문이다.

“룰루는 사랑 밖에 모르는, 원죄 이전의 순수하고 자유로운 인간이예요. 오히려 남자들이 자신의 욕망으로 룰루를 이용하다 스스로 파멸하고 말지요.”

15∼20일 서울 동숭동 동숭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룰루’(극단 우리극장)의 주연을 맡은 권진완(24). 그의 얼굴에선 천사같이 해맑고 순수한 미소와 요염한 악녀의 이미지가 동시에 풍겨 나온다.

“베데킨트는 이 연극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을 서커스의 짐승에 비유했어요. 룰루는 먹이이자 남자들을 유혹하는 뱀이죠. 당연히 짐승이 먹이를 선택해야 할 텐데, 먹이가 짐승을 선택하니 남성 위주의 사회질서에 충격이었을 거예요.”

룰루는 열두 살부터 자신의 몸을 팔아 돈을 벌어 오게 한 양아버지 쉬골흐, 상류사회의 예의범절을 가르쳐준 신문사 편집국장 쉬엔, 명예욕에 불타는 화가 슈바르츠, 돈많은 노인 골박사, 쉬엔의 아들 알바 등을 유혹하고 사랑하며 그들을 철저히 파멸시킨다.

연습장에서 만난 권진완은 막과 막을 연결하는 서커스와 무용, 노래를 연습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룰루 역은 꾸밈없고 계산되지 않은 연기가 중요해요. 이승철 이호성씨 등 연극계 대선배들과 함께 연습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서울예전 연극과를 졸업한 그는 97년 연극 ‘나비처럼 자유롭게’에서 안재욱의 상대역으로 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서푼짜리 오페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춘향전’의 주인공을 맡기도 했다. 월∼목 7시반, 금 4시 7시반, 토일 4시 7시. 1만5000∼2만5000원. 02―2234―0586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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