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여성 비뇨기과의사 1호' 윤하나씨

  • 입력 1999년 11월 10일 19시 58분


남자들만의 ‘성역’처럼 여겨졌던 비뇨기과 분야에서 최초로 ‘여성 전문의’가 탄생했다.

48년 국내 의사들이 처음 진료를 시작한 이 분야에서 ‘여성 비뇨기과 의사 1호’가 된 주인공은 이화여대 목동병원 윤하나씨(28).

지금까지 여성 환자를 전담하는 산부인과에는 남자의사들이 적지 않았지만 남성 환자들이 주로 찾는 비뇨기과에는 여의사가 전혀 없었다.

윤씨가 비뇨기과에 도전한 것은 이화여대 의대 재학시절 “비뇨기에 문제가 있는 여성이 여성 전문의가 없는 비뇨기과 대신 산부인과를 찾고 있다”는 지도교수의 지적을 들은 게 계기가 됐다.

이때 윤씨는 ‘여성 비뇨기 환자들에게도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윤씨의 비뇨기과 생활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레지던트 시절에는 비슷한 또래의 남자환자가 진료부위를 보여주기를 거부해 “나를 여자가 아닌 의사로 봐달라”며 설득한 끝에 24시간만에 진료부위를 보기도 했다.

윤씨는 선배와 동료들의 걱정을 뒤로 하고 열심히 환자들을 치료해 나갔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해 하던 남성 환자들도 최근에는 자연스레 ‘성적인 고민’까지 털어놓으며 치료를 받는다는 것.

윤씨는 “아픈 곳이 환자의 성기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비뇨기과는 의사가 환자를 치료해 회복시키는 아주 자연스러운 분야”라며 “‘비뇨기과에서 보기드문 여의사’가 아니라 큰 연구 업적을 남긴 훌륭한 ‘의사’로 인정받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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