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컨디션은 아니지만 사력을 다해 피칭했다는 얘기. 정민태가 기를 쓰고 던져야 할 이유는 있었다.
요미우리의 홈구장인 도쿄돔 경기인데다 나가시마감독이 지켜보고 있었다. 해외진출을 노리는 정민태는 시즌 뒤 요미우리행을 줄곧 주장해왔다.
해외진출 자격요건(7년)이 안되는 작년에도 “99시즌 뒤 보내주겠다”고 한 현대 구단의 약속을 등에 업고 물밑작업을 해왔다. 심지어 정몽헌구단주까지 6일 나고야를 찾아 박용오 한국야구위원회(KBO)총재에게 요청을 할 정도였다.
일본에 도착한 뒤 정민태는 기자회견장에서 “일본야구를 좋아한다”는 말을 세차례나 반복했고 “요미우리에 가고 싶다”며 ‘구애작전’까지 폈다.
때문에 이날 선발등판은 개인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었지만 정민태는 지나치게 긴장한 탓인지 3과3분의1이닝 동안 5안타 3실점해 이미지를 구겼다.
4이닝도 채 마치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온 정민태의 얼굴은 당혹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도쿄〓김상수기자〉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