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가라앉는 김해신도시 현장

  • 입력 1999년 11월 10일 23시 54분


10일 오후 경남 김해시 내외동 내외지구 신도시 아파트 단지는 대형 공사장을 방불케 했다. 여기저기 중장비가 동원되고 전기해머로 콘크리트를 부수는 소리가 귀를 찢는 듯했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초등학생들이 H아파트 211동 입구를 지나면서 모두 두 손으로 귀를 막을 정도였다.

▼人道도 성한곳 없어 ▼

H아파트의 경우 지반이 가라앉으면서 출입구벽 등에 심한 균열이 생겨 211, 202동 등 6개소에서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다.

주민 하모씨(38·여)는 “입주한지도 얼마 안됐는데 건설회사에서 이렇게 하자보수를 하는 걸 보면 왠지 불안하다”며 “어디가 얼마나 잘못된 건지 구체적으로 설명이라도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H아파트에서 700m 정도 떨어진 A아파트 주차장과 화단에서도 대대적인 보수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202동과 203동 사이의 주차장이 10㎝ 이상 꺼졌고 아파트단지 내 인도도 성한 곳이 별로 없는 실정.

경비원 우모씨(64)는 “주민들이 ‘부분적인 보수가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니냐’며 불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외지구에 입주한 상인들도 “상가 주변이 내려앉아 안전진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22개 점포가 입주한 2층짜리 D상가의 경우 건물과 인도 사이에 틈이 생겨 올 3월 보수공사를 했으나 요즘 또 침하현상이 나타나 재보수가 시급한 실정.

▼"비오면 바닥에 물차"▼

상가 1층의 문구점 주인 박모씨(47)는 “비만 오면 그릇으로 퍼내야 할 정도로 건물 바닥에 물이 찬다”고 말했다.

내외지구의 지반침하로 지하에 매설된 상수도관 등 각종 시설물의 안전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나 관계 당국은 여전히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와 관련해 신도시를 조성한 한국토지공사와 건축주들 사이의 책임소재를 가려 피해보상 등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토지공사 경남지사는 “건축과정에서 흙을 높이거나 지하 터파기를 한 뒤 다시 메운 곳에서만 침하현상이 생긴 점으로 미루어 건축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건설교통부는 현장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곧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강정훈기자〉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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