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텔 미 썸딩']"말해봐, 누가 범인인지"

  • 입력 1999년 11월 11일 19시 50분


‘하드 고어(Hard Gore·진한 핏덩어리)’가 화면에 가득하다.

13일 개봉되는 한석규 심은하 주연의 하드고어 스릴러 ‘텔 미 썸딩(Tell Me Something)’.

이 작품은 지난해 기획단계부터 이래저래 관심을 모아온 하반기 최대의 화제작이다. 한국영화의 두 간판스타와 ‘접속’(97년 서울지역 80만 관객)의 장윤현감독, 막강한 배급력을 자랑하는 시네마서비스 등 이른바 흥행의 3박자를 갖췄기 때문이다.

▼ 하드 고어 스릴러 개척 ▼

실제 상영 극장수도 전국 115개로 역대 영화 중 최다. 또 충무로에서는 불모지에 가까운 장르인 스릴러를 표방한 영화로 한국 영화의 ‘장르실험’이라는 의미도 띠고 있다.

이야기는 억울하게 부패 경찰로 몰렸던 조형사(한석규 분)가 연쇄살인사건의 수사팀장으로 임명되면서 시작된다. 범인은 시체를 정교하게 토막낸 뒤 뒤섞어 대담하게도 공개적인 장소에 버린다. 미궁에 빠졌던 수사는 죽은 세 남자 모두 박물관 연구원 수연(심은하)의 연인이었다는 단서가 발견되면서 활기를 띤다.

이 작품은 끔찍한 연쇄살인과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매력적인 미모의 여성, 우울하면서도 지적인 분위기의 형사 등 전형적인 스릴러의 틀을 갖추고 있다.

장감독은 도시의 어둠을 배경으로 빠르면서도 감각적인 화면으로 연쇄살인사건의 분위기를 살려 나가려 애썼다. 특히 세련된 영상은 흡인력을 지닐 법했다. 이는 걸음마 단계인 한국적 스릴러 장르를 개척해 보려는 눈물겨운 노력이기도 했다.

한석규의 연기는 평가할 만했지만 심은하의 연기는 ‘평범’해 보였다.

▼ 감각적 영상 관객 흡인 ▼

영화는 팬들의 높은 관심과 제작진의 의욕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을 곳곳에서 드러냈다. 이 점은 누구의 ‘잘못’이라기 보다 한국 스릴러의 현주소를 보여준 것이기도 했다.

스릴러의 묘미는 작품 곳곳에 ‘함정’처럼 놓여 있는 단서와 반전을 통해 감독과 관객의 벌이는 두뇌게임이랄 수 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시간이 갈수록 의문부호가 늘어났고 두뇌게임의 묘미는 덜 살아나는 듯했다.

도입부에 오형사가 모친상을 당한 장면은 사족에 가깝고 수연과 레즈비언 사이였던 것으로 ‘추측’되는 승민(염정아)의 관계는 어정쩡하게 그려져 있다.

▼ 두뇌게임 묘미 못살려 ▼

작품을 이끌어가는 두 축인 조형사와 수연의 캐릭터가 너무 단순화된 느낌이었다.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협력자이자 때로 용의자(대립자)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두 사람.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초반부에 오형사가 수연에게 자신을 지키라며 총을 넘겨 주었다.

지적인 인물로 설정된 주인공 경찰도 이성에 끌리면 감정의 늪에 빠진다는 점을 강조하려 한 것일까. 미국영화 ‘원초적 본능’에서 마이클 더글러스가 샤론 스톤에게 푹 빠져 때론 ‘본분’을 망각했듯이. 어쨌든 ‘텔 미 썸딩’에서 조형사와 수연의 대립자적 역할은 사라졌다.

그리고 두 사람의 눈빛과 심리묘사에 좀더 치중했으면 어땠을까. 18세 이상 관람가.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