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빈곤층 1000만명

  • 입력 1999년 11월 11일 19시 50분


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사회의 빈곤층이 두배 이상 늘어나 10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 5사람 중 1사람이 법정 최저생계비 기준인 월소득 23만4000원에도 못미치는 빈곤층이라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격차가 더욱 커져 소득의 양극화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사회가 상위 20%는 잘 살고 나머지 80%는 더욱 빈곤해지는 이른바 ‘20 대 80사회’로 빠르게 바뀌면서 ‘빈곤의 고착화’ 또는 ‘빈곤의 세습화’가 촉진되고 있지 않나 우려된다.

이같은 분배구조의 악화는 유엔개발계획(UNDP)보고서가 지적했듯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경쟁과 효율만을 절대가치로 내세운 국제금융기구들의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혁 프로그램을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일 수도 있다. 정리해고―비용절감―경제성장―빈곤해결이라는 도식이 들어맞기는커녕 오히려 빈곤문제를 더욱 악화시켜 서구와 유사한 만성적인 빈곤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는 것이 UNDP보고서의 주장이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이후 우리사회에서 중산층 몰락과 빈부격차 확대라는 달갑지 않는 현상을 뒷받침하는 통계적 증거는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그같은 빈부격차와 분배구조가 날로 악화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정부는 분배구조 악화와 중산층 몰락을 절대로 가볍게 보아서는 안된다. 빈부격차 확대는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생존형 범죄의 증가와 가정파괴 개인파산 등 사회병리현상을 촉발한다. 자칫 정치사회적 불안으로 이어져 국가사회발전의 역동성을 잃게 된다. 또 빈부계층간의 위화감은 경제회생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정부가 국민복지향상과 공평분배쪽에 눈을 돌린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국민의 최저생계는 국가가 보장한다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이나 세금 몇푼 깎아주는 중산층안정대책 등으로는 부족하다. 우선 탈출 불가능한 ‘절망의 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현재의 실업대책은 실직자 위주로 빈곤층이 소외되어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에서 찾아야 한다. 앞으로 새로운 일자리는 정보화 지식기반산업에 기대할 수밖에 없는 만큼 산업 교육 고용 등의 정책이 이에 맞춰 이뤄지고 시행에 옮겨져야 한다. 이와 함께 빈곤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달래주고 소득분배를 개선하기 위한 폭넓은 세제개혁도 뒤따라야 한다.

미국의 경제학자 프리드먼은 “미국이 망한다면 그것은 인종문제가 아니라 분배문제로 인한 계층간의 갈등이 원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도 여기에서 예외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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