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뛰어난 기업들이 경쟁하고 발전하는 PC산업에서 이 부분만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이 독점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특히 MS는 윈도 95, 98로 이어지는 운영체제 소프트웨어로 전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독점한다.
▼ 소비자권익 증대 기대 ▼
이번에 미국 연방법원은 MS가 PC 운영체제 시장에서 독점적 시장지배력과 막강한 수익을 내세워 시장경쟁 환경을 저해해왔다고 판정하였다. 또 MS가 윈도의 우위를 이용하여 웹브라우저를 끼워 팔았고 경쟁사의 제품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정이 확정판결은 아니므로 당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MS는 82년 AT&T 분할 이래 최대 규모의 기업분할을 당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럴 경우 세계 정보통신산업은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몇 년 전 ‘한글과 컴퓨터’사건을 겪은 한국에서는 이번 판정이 앞으로 소비자 권익을 증대하고 소프트웨어 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계기로 발전되기를 희망하는 듯하다. 과연 이러한 기대는 타당한 것일까? 외국에서는 이번 반(反)MS 판정을 소비자 주권의 승리로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 오히려 지배적인 듯하다. 의외로 MS를 옹호하거나 규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의 주장을 정리해 보면 이번 판정의 의미와 기업분할과 같은 과감한 제재의 파급효과를 역으로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정보통신산업에는 이른바 수익체증의 원칙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어떤 상품이 시장 우위에 서면 곧 업계 전체의 표준이 되고 시장을 주도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산업에서는 기술우위에 따른 독점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규제론자들의 논리에 따르면 시장에 대한 신규참여를 용이하게 하고, 경쟁환경을 유지하며, 소비자의 이익을 중시하는 반독점 원칙은 정보통신산업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반규제론자들에 따르면 PC 운영체제는 경쟁으로 말미암아 운영체제간 호환성이 상실되면 소비자의 불편이 클 뿐만 아니라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도 각 운영체제별로 달리 이루어져 비용이 증가한다. 따라서 한 기업에 의해 단일 표준화되는 것이 오히려 소비자와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유익하다는 것이다.
▼ 운영체제 표준화 저해 ▼
또한 인터넷 브라우저 등 응용 소프트웨어와 운영체제의 통합에 따른 안정성의 증가와 소스코드의 공용화 등에 따른 이익도 매우 크다는 주장이다. 이들의 가장 중요한 지적은 기술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에서는 특정기업의 독점력이 일시적일 수밖에 없고 새로운 기술과 시장의 출현 가능성 자체가 경쟁압력으로 작용함으로써 독점의 횡포가 억제된다는 점이다.
요즘 컴퓨터 환경을 보면 인터넷 자체가 컴퓨터의 중심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자바와 같은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가 출현함으로써 특정 운영체제에 종속되지 않은 응용 프로그램 개발이 가능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고유 운영체제를 갖춘 다양한 정보기기가 출현함으로써 PC 등 개인 정보기기 분야에서 MS가 갖는 시장지배력의 심각성이 약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이번 판정에 따라 소스코드가 일반에게 제공되든, 경매를 통해 일부 기업에 판매되든 경쟁 속에서 호환성이 유지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기업분할의 경우 운영체제 부분은 여전히 독점으로 남게 될 것이며, 한계비용이 제로에 가까운 소프트웨어에 대한 가격규제를 어떻게 하려는지도 의문이다.결론적으로 반(反)MS 판정이 당분간 MS 소프트웨어 가격의 인하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지만 여러 가지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한국 시장에서도 소프트웨어 산업이 이번 판정에 따른 공백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윤창번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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