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책임자인 정상명(鄭相明)서울지검 2차장검사는 기자실에 내려와 “수사팀과 문기자가 그 정도로 악화된 관계가 아니다. 또 그랬다면 문기자가 가만히 있었겠나”라며 공식 부인했다. 그러나 일선 검사들은 “내가 수사를 했더라도 그랬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문기자를 보는 검찰의 시각은 매우 비판적이다. 한 검사는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라고 주문했다. 만일 외국에 연수중인 중견 검사가 ‘성공적인 개혁을 위한 검찰개혁 방안’이라는 ‘검찰 죽이기’문건을 작성해 여권 실세 정치인에게 보낸 사실이 밝혀졌다면 언론은 그를 어떻게 평가했겠느냐는 물음이었다.
그는 “검찰은 같은 조직인의 입장에서 그를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검사는 업무상 알게 된 미공개 정보를 동생에게 알려주어 주식 시세차익을 얻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다른 기자도 함께 언급했다.
“기자가 돈을 추구하거나 권력과의 친분을 더 중요시한다면 과연 올바른 기사를 쓸 수 있겠습니까?”
검사들의 이같은 반응에는 법조비리 당시 언론이 보였던 보도태도에 대한 반감도 작용하고 있는 듯했지만 취재기자들은 대체로 묵묵부답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그것은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부끄러움 때문이었다.
밤새워 문건사건 취재현장을 지켜야 하는 젊은 기자들은 “후배들에게 취재당하기 싫다”며 특별조사실에 숨어버린 ‘문선배’에게 울분이라도 토하고 싶은 심정이다.
신석호<사회부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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